[사설] 한국 반도체, 한순간의 방심도 금물

 드디어 1년 11개월 만에 반도체가 수출 1위에 등극했다. 반도체는 IT코리아의 문패로 수출을 주도하던 산업이었으나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물량 수준에서 앞선 조선업에 줄곧 1위 자리를 내주고 IT업종에선 휴대폰에도 밀리면서 주력산업 하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반도체가 수출 1위로 올라서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만, 일본, 독일, 미국업체들의 연이은 공격에 응전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넘겼다. 심지어 대만은 일본 등의 메모리업체와의 이합집산을 통해 ‘타이완메모리’까지 설립하는 등 한국 반도체 업체를 겨냥에 진영을 구축하는 맹공을 펼쳤다. 1위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한국의 반도체업체들이 오늘의 개가를 올린 것이다.

지난한 치킨게임의 승자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다. 잠시 타 업종에 수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앞으로는 당분간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맏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도체의 1위 회복과 함께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IT 삼총사의 수출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IT코리아의 위상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국제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무역수지흑자의 전망을 밝게 한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일은 아니다. 잠시 방심하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주는 것이 IT의 속성이다. 급변하는 기술과 가격에 민감하게 대응해 반도체 한국을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한국은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미 해냈다.

이제 남은 일은 ‘승자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승자의 기본’에 충실하는 일이다. 비록 글로벌 치킨게임의 종막이라고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본격적인 IT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반도체 수출이 활성화하기 위해 잠시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