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마지막 아날로그, 디지털로 진화 시작하다.’
디지털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 밝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 ‘디지털전환 선포식’을 갖는다. 디지털전환이란 방송의 제작·송출·수신 등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아날로그 TV방송을 종료하는 작업으로 오는 2012년 종료된다.
실제 전환 작업은 지난해 3월 디지털전환특별법 공포부터 작업이 착수됐지만 선포식을 기점으로 경북 울진·전남 강진·충북 단양 전국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벌어지며 제주도에선 일시적 아날로그 전파를 끄는 소프트 테스트가 진행되는 등 오늘을 기점으로 디지털전환 작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일, 아날로그와 작별을 고하다=아쉽지만 즐거운 이별이다. 3일 11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디지털전환 선포식’은 업계에선 일명 ‘미디어 빅뱅 이벤트’로 불린다. 그만큼 디지털방송 시작이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를 반영하듯 전환 선포식에 최시중 방통위원장, 지상파방송사 사장, 시범도시 자치단체장 등 유관 기관장이 총출동한다.
시범도시로 결정된 세 곳에선 당장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방송 시작 준비가 시작된다. 방통위는 오는 12월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내년 2월 시범사업 지역별 시청자지원센터 개설을 시작으로 디지털방송 시범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지역에서의 아날로그 TV방송 종료는 내년 하반기에 이뤄진다. 2012년까지 진행될 시범사업에서 방통위는 디지털컨버터(DtoA)·안테나 비용 등을 지원(저소득층은 전액 지원)하고 지자체·방송사 등과 시범사업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디지털방송, 데이터 자막방송, 3D TV 방송 등 차세대 디지털방송 기술을 시험하게 된다.
특히 방통위는 이 지역에서 디지털방송 수신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판단, 해당 지역에서 난시청 해소를 위한 첨단 기술을 실험할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시범지역도 분지·해안·평야 등으로 다양화했다. 방통위는 내년 시범사업 추진과 함께 2011년에는 제주도로 시범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2010년 말에는 제주도에선 아날로그 TV방송 종료 안내 자막방송(아날로그 TV방송 가상종료)을 하는 소프트 테스트를 병행키로 했다. 시범사업을 위해 방통위는 현재 기획재정부에 110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시범사업과 함께 앞으로 방통위의 디지털전환 사업은 △인지 확산 및 시범 실행 단계(2009∼2010년) △실행 본격화 점검 단계 등의 방향으로 2013년까지 추진된다. 실제로 디지털전환을 마친 해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 6월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미국은 윌밍턴(2008년 9월 18만세대), 하와이(2009년 1월 43만세대)에서 총 610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아날로그 TV방송 종료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디지털전환이 가져다 주는 신세계=디지털방송의 시작은 단순히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됐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의 이점이 양방향인 만큼 ‘디지털방송’은 시청자를 보다 능동적으로 만든다. 먼저 고품질 방송 서비스가 제공된다.
아날로그 대비 5∼6배 화질(HD 기준 103만화소)이 뛰어나며 5.1채널의 CD급 고음질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방송, t커머스, 다중채널모드(MMS)방송과 같은 양방향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방통위는 시범지역에서 관련 서비스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또 디지털전환에 따른 전력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수신신호가 10배 낮아도 시청이 가능한 만큼 송신기 소비전력이 기존의 40% 수준이다. 전국에 현 아날로그 수준(1178개)의 디지털송신기를 설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전력 절감은 3만490㎿H에 달한다. 금액으로 치면 23억원 정도로 이는 1만세대가 1년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이런 전력 절감 효과는 최근 디지털TV 확산, TV 대형화 등 소비전력 상승 요인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전환정책과장은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으로 고화질 대형 TV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특히 방송 인프라 전력 효율은 기존에 비해 60%가량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송기기, 방송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ETRI에 따르면 디지털TV, 디지털콘텐츠, 3D콘텐츠 등 관련 산업의 수요를 신규 창출해 39조원의 시장과 7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또 아날로그 주파수 회수로 여유 주파수(108㎒)를 확보할 수 있어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해진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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