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통신사업자들이 무선 공유기(AP) 보안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안이 설정되지 않은 채 개방된 무선AP가 늘어나면서 개인정보 침해, 해킹 공격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활성화 등으로 생기는 수익감소를 우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무선 공유기 인증 의무화, 공유기 비밀번호 변경 등을 포함한 보안 강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돼 있는 400만대의 무선 공유기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보안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으면서 이를 통해 개인정보가 새나가고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의 주요 루트가 되는 등 보안 위협이 크다는 것이다. 도감청이나 해킹 프로그램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이 가입자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인터넷전화 AP의 경우 설치 기사가 설치를 해주더라도 초기 설정이나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아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모토로라의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사업부(EMb)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조사된 AP 중 보안 설정이 형식에 맞게 돼 있지 않은 것이 30%가 넘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무선 공유 관련 침해에 대해서 제재하고 있다”면서 “개인이 스스로 보안 설정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암호화 작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들의 이 같은 주장은 향후 mVoIP 활성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감소 등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한 행보다. 휴대폰에 mVoIP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개방된 무료 네트워크에 접속해 통화하면 통신사들은 전혀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네스팟, 와이브로 등 유료 무선 인터넷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미 원룸, 오피스텔 등에서는 초고속인터넷에 따로 가입하지 않고 공유기로 인터넷을 ‘나눠’ 쓰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무선AP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전화 업체에서는 “음성의 경우 암호화를 통해 도·감청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AP로 노트북 등 단말을 접속해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막기 위해 가입자들에게 AP비밀번호 변경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에서는 일단 보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IPTV, VoIP 등 융합서비스를 포함한 전체적인 인터넷 보안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네트워크기획보호과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요구와 관계 없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무선인터넷 보안 문제를 따져보고 있다”면서 “사업자들 환경과 같은 네트워크, 단말 등을 구축해서 실질적으로 어떤 보안 사고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