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30억원을 들인 한국 최초의 재난 영화 ‘해운대’가 극장 밖에서 쓰나미를 만났다. 이 쓰나미는 바로 불법 다운로드된 동영상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웹하드와 P2P사이트에서 ‘광안리’ ‘부산바다’라는 이름으로 유포되기 시작한 해운대 불법 동영상은 주말을 지나며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가 불법 다운로드의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초 독립영화 ‘워낭소리’ 불법 동영상 파문이 일어난 지 6개월도 안 됐을 뿐 아니라 개정 저작권법 시행 불과 한 달 만에 영화 불법 다운로드가 벌어진 것이다.
불법 동영상 파문으로 해운대를 제작한 CJ엔터테인먼트나 윤제균 감독은 날벼락을 만난 셈이다. 이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기 때문에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당장 중국과 미국 개봉에 따른 흥행 성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몇몇 비뚤어진 헤비 업로더가 오랜만에 탄생한 ‘1000만 관객 영화’에 재를 뿌린 꼴이 됐다.
영화인들은 이 사건이 영화 불법 다운로드의 뿌리를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우리 영화 제작 현실에서 불법 다운로드는 영화계를 고사시키는 주범이다. 한국영화제작자협회에 따르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영화업계 피해는 4년 전 28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배나 늘어난 9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라면 해운대 같은 영화 70여편을 만들 수 있다.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는 나라는 결코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문화산업은 대중의 관심과 보호 속에서만이 꽃필 수 있다. 그래서 워낭소리를 만든 이충렬 감독의 제45회 백상예술대상 신인 감독상 수상소감이 맘을 아프게 한다. “작품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 내가 만들어도 내 작품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을 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