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2073837_1128532537_b.jpg)
이명박 대통령이 IT산업에 대한 포괄적 청사진을 내놓고, IT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으로 인정했다. ‘제2의 IT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2009년 9월 2일은 ‘제2의 IT시대가 열리는 날’이 된다. 제2의 IT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분명 전과 다르다. 업계는 이를 IT업계 끌어안기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IT특보를 임명하고 하루 만에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로 IT부문을 지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IT가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현 정부 들어 IT라는 단어가 이처럼 자주 매스컴에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호강한 적이 있었던가.
IT는 현 정부 들어 김대중, 노무현정부 시절의 ‘구시대 흔적’ 정도로 이해됐다. 공무원들은 보고서에서 ‘IT’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꺼렸다. IT는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원흉이었고 IT인들은 외화벌이의 1등공신, 대한민국을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찬밥’ 신세가 됐다.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자리에서 IT는 고용을 줄이고, 소득격차를 벌린 ‘나쁜’ 존재였고 해외 정상들이 한국의 IT혁명을 ‘미라클’이라며 찬사를 보내는 동안에도 정부는 정통부를 없앴다. 하지만 IT는 달랐다. 정부는 IT산업과 IT인의 요구를 무시했지만 IT인들은 부지런했고 고용을 늘렸다. 오히려 융합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IT의 힘은 미래기획위원회가 IT 5대전략을 발표한 2일에도 발휘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격상시켰다. 취약했던 외환시장이 정상을 찾았다는 점이 주효했다. IT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한 탓이다. 1600선을 넘은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IT와 HW, 반도체, IT부품주를 사들였다. 바닥에서 헤매던 증시를 살린 것도 역시 IT였다. IT는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에 우리 경제를 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IT에 대한 구애는 긍정적이다. 오히려 이명박정부의 IT산업에 대한 철학이 변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아직 IT컨트롤타워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비상근 IT특보와 정부가 만든 장밋빛 청사진을 추진하기에 각 부처에 분산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수의 공무원만이 있을 뿐이다. 정말 ‘IT가 대한민국의 힘’이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과 조직이 없을 때 현 정부에서 제2의 IT시대는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IT는 현 정부의 가장 치명적 결함인 외환위기라는 악몽을 제거했다. 그리고 가장 든든한 현금줄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중도 실용 노선을 구현하는 데 이만한 거리도 없다. 임기 말까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도,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등을 성공으로 만들 핵심 키워드도 IT 부문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
IT는 정치가 입에서 나온 게 아니다. IT는 경제 현실이며, 4800만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는 대표 업종이다. IT는 경제나 산업이라는 단어처럼 이미 일반화됐다. 어느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IT는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어가는 진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