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요금 사후 변경 명령권 필요”

김희수 KISDI 통신정책그룹장.
김희수 KISDI 통신정책그룹장.

정부가 이동전화사업자에게 인가한 요금제의 수준과 구조가 나중에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때 그 일부나 전체를 바꾸게 명령하는 권한(사후 변경 명령권)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또 2002년 이후 매년 흑자를 유지하는 이동전화 3사 가운데 SK텔레콤의 요금 인하 여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가계 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수단들이 제시됐다.

3일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한 ‘이동통신 요금정책 세미나’에서 이러한 정부 규제 방향을 내놓았다.

이동전화 요금제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적정 가격을 판단해 인가하는데 한계가 있는 데다 사후에 과도하게 책정한 요금으로 판단되거나 경쟁사를 압박하는 약탈적 요금이더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김 그룹장의 설명. 궁극적으로 방통위 등이 사후 요금 시정(변경)권한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SK텔레콤이 지난해 고정자산비용(CAPEX)을 약 2조원이나 지출하고도 당기 순이익을 1조3000억원이나 실현했다”며 “투자여력 확보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SK텔레콤의 요금 인하 여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 그룹장은 이와 달리 “지난해 고정자산비용(CAPEX)으로 9600억원을 쓴 가운데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이 매년 2000억∼4000억원 정도인 KT(KTF)나 누적 흑자를 최근에 기록한 LG텔레콤의 요금 인하 여력은 현저히 적거나 없어 보인다”고 풀어냈다.

그는 특히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집중화된 구조가 거의 변동 없이 고착화하는 경향이어서 선발사업자의 가격선도력에 따른 ‘요금 경쟁 정체(umbrella pricing)’가 우려되고, 선발사업자의 상당한 초과이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여 주목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 여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인 ‘가계 통신비 20% 경감’ 이행의지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통신 요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제17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가계 통신비 20% 인하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이에 “일률적인 통신요금 인하보다는 서민 가계 및 소액사용자에게 통신비 경감의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