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전자산업 50년, 새로운 50년의 거울로

[ET단상] 전자산업 50년, 새로운 50년의 거울로

 올해는 우리 인류가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 즉 전자를 발견한 지 꼭 110년째가 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전자산업이 시작된 지 50년째가 되는 참으로 뜻 깊은 해다.

 영국 물리학자 톰슨이 1899년 처음으로 전자를 발견한 이후 전자과학은 복잡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라디오·TV·컴퓨터와 같이 인간에게 새롭고 창조적인 도구를 만들어 이국편민(利國便民), 인간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공헌했다.

 더욱이 전자는 21세기를 맞아 그동안 산업사회를 정보화사회로 변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전자산업은 1904년에 2극 전자관, 1906년에 3극 전자관이 발명되면서 틀을 잡았다. 전자산업이 시작된 것은 어림잡아도 100년 약간 넘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선도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돌이켜보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50년대 말만 해도 우리나라는 6·25전쟁으로 인한 잿더미 폐허, 고난과 가난 속에서 외국의 원조로 겨우 호구하며 전후 복구사업에 전전긍긍했던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당시 전자산업을 시행하기에는 자본, 기술, 인력, 시장, 원·부자재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허허벌판, 그야말로 불모지 상태였다.

 어려운 와중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숭고한 개척자 정신으로 수입 외제 라디오를 국산으로 대체하고자 1959년에 진공관식 라디오를 처음으로 조립 생산하는 쾌거를 이뤘다. 뒤이어 1962년에는 국산 라디오를 미국으로 처음 수출하는 데 성공해 비로소 이 땅에 전자산업의 역사적 씨앗을 뿌렸다. 그 후 1969년 전자공업진흥법이 처음으로 시행돼 기업 설비투자와 생산이 본격화하고 전자산업 수출은 1976년에 10억달러를, 1987년에는 100억달러를 뛰어넘어 1988년에는 수출 1위 산업인 섬유를 제치고 대망의 제1위 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비용 생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주력해 반도체, 컴퓨터, 통신과 같은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전자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인프라 확충에 앞장서 세계 선진 전자산업국 대열에 당당하게 동참했다.

 이처럼 우리 전자산업이 어려운 여건에서 또 짧은 기간 내에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전자산업인의 ‘선택과 집중’, 끝없는 연구개발, 지칠 줄 모르는 피땀 어린 노력의 결정체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이제 21세기 고도 정보화 사회에서 힘찬 재도약을 시도하고자 하는 의욕에 차 있다. 부존 자원이 턱없이 빈약하고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 산업 여건을 감안하면 기술·지식·노동이 혼연일치해 복합적으로 집약된 전자산업은 가장 중요한 전략산업이다.

 전자산업 50년을 기억하며 음미하는 것도 단순히 지나간 전자 역사를 회고하면서 나열하고 정리,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역사를 교훈 삼아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50년을 계획하기 위함이다. 금세기에는 우리 전자산업이 세계 초일류 선진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희망찬 역사를 창조하고자 하는 데 그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전자산업은 아직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미래 지향적인 국가로 변화시키는 가장 핵심동력이다.

 나경수 전자·정보인 클럽 부회장 eniclub@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