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유통기업들이 가상이동통신망사업 (MVNO)을 통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별정통신사업자연합(MVNO사업협의회), 케이블TV방송협회 등 기존에 MVNO 사업을 준비해왔던 곳 이외에도 신용카드사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MVNO 사업 참여를 모색 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망을 임차해 통신서비스사업에 나설 수 있는 MVNO 진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이번 9월 국회에서 MVNO 제도 도입 근거가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MVNO 사업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사는 “현재 MVNO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과 통신의 컨버전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KT와 마케팅 제휴를 하고 있는 신한카드도 모바일 카드 사업의 일환으로 MVNO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점 E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측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통신업계 주변에서는 신세계의 MVNO 진출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카드사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MVNO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동통신 시장에 신규사업자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통신사와 함께 휴대전화 칩을 통한 소액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온 카드사들이 MVNO 진출을 통해 네트워크 통제권까지 확보하게 되면 중간 수수료 없이 휴대전화 결제에 따른 수익 전체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또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유통기업들도 휴대전화로 상품에 붙어 있는 전자태그(RFID)를 접촉해 전용 리더기를 통해 결제하는 통신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도 “MVNO가 전통적 방법으로 음성 통화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려울 수 있지만, 신용카드 회사와 연계한 새로운 단말기를 쓴다든지, 데이터 시장에 진입한다든지 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MVNO 도입에 따라 이동전화 시장에 새로운 경쟁환경이 구축되면서 요금인하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사업자에 시장진입 장벽을 터주면서 요금경쟁을 유발하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이들의 사업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MVNO 사업자들로 구성된 MVNO사업협회도 도매제공 대가가 도입되면 휴대전화 기본요금도 폐지하겠다는 사업자가 있어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30∼50%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신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MVNO 도입이 실질적인 요금인하 요인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MVNO가 이통 소매요금을 인하하면 도소매 요금마진이 축소돼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MNO보다 우월한 단말 및 유통 인프라 확보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논란을 접어두고 2년여를 끌어온 MVNO 제도가 이번 국회에서 법제화되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는 MVNO 사업자가 출현, 이통시장도 새로운 구도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