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이동통신고속도로` 우리는 달리고 싶다

[콘텐츠포럼] `이동통신고속도로` 우리는 달리고 싶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이후 고속도로는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4차선 일반국도도 많이 있지만 장거리 이동 시 대부분의 운전자는 통행료가 부과되더라도 고속도로를 선호한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종종 교통 정체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운전자는 고속도로가 주는 편안함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엄청난 건설비용이 들지만 40년여에 걸쳐 전국에 건설된 많은 신규 고속도로가 주는 그 편리함과 운전자의 수요를 대변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이동통신고속도로는 어떠한가. 4500만대 이상의 휴대폰 사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고속도로에서는 좀처럼 달리는 휴대폰을 볼 수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의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 정액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최신 휴대폰으로 50분 분량의 동영상 드라마 한 편을 보면 통행료가 15만원 정도 청구되거나, 몇 백만원의 과다한 통신요금 때문에 부모가 학생을 꾸짖어 자살했다는 기사들을 접하게 되니 국내의 이동통신 통행료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비싼 고속도로를 달리는 휴대폰이 많지 않음은 당연하지 않을까.

 만약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경부고속도로 통행료가 50만원이었다면 어땠을까. 꼭 고속도로가 아니더라도 운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국도라는 대체제가 있으니 건설, 자동차 및 석유화학 등의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자사의 고객들에게 비싼 도로만 이용하도록 제한을 했으니 모바일 콘텐츠 및 솔루션 등 관련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자명한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음성 서비스와 휴대 단말기 분야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10대 수출 전략 품목에 휴대폰 개발이 포함돼 있고 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많은 기여를 주도한 것도 사실이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용 편리성과 수요를 감안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적정한 통행료를 기준으로 해 국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급하고 가는 것이 났다는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속도로 통행료는 적정한 통행료가 책정되도록 정부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 고속도로 통행료는 이동통신망을 구축한 이동통신사가 원가에 대한 투명한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단기적인 투자비 회수를 위해 책정하니 당연히 요금은 비쌀 수밖에 없다. 이에 휴대폰으로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하면 데이터 통신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비싼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려고 하는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를 예상하면서 방임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동통신고속도로가 활성화되도록 무선데이터 요금제 개선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이동통신고속도로 이용이 활발해야 모바일 콘텐츠 및 솔루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양한 정액제 요금제로 무차별 광고를 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무선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적정한 무선데이터 요금제를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의 위치에서 머리를 맞대어 내놓아야 한다. 공들여 구축한 이동통신고속도로를 더 이상 놀리지 말고 모바일 인터넷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기 기대한다. 혹,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자가 증가해 고속도로가 정체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 더 이상 이동통신 사업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최근 해외 이동통신 데이터 산업의 성장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과거 잃어버린 10년의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서 미래를 준비할 때 모바일 인터넷이 머지않은 미래에 진정한 산업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가장 큰 수혜자는 이동통신 사업자 자신이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권성인 유비즈밸리 이사/saint@ubizvall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