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설공사에서 감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감리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국제기준의 서비스 품질(QoS)은 감리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공사현장에서는 감리가 부실하거나 지극히 형식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리가 이렇게 제 기능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감리를 정상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관련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감리원 배치 기준, 감리대가 기준 등 감리수행을 위한 필수규정을 아직까지도 갖추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의 감리업체는 약 1000개나 되고 여기에 종사하도록 정부에서 배출해 놓은 감리원 자격자가 3만5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중 약 5% 미만의 업체와 감리원만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정보통신 감리업계는 완전 침체기에 빠져 있다. 그동안 축적한 우리의 귀중한 엔지니어링 IT를 이대로 사장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일정규모의 통신설비공사 시행 시 감리원 몇 명을 배치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전력설비공사를 보면 ‘전력기술 용역대가 및 공사감리원 배치기준’을 통상산업부 장관이 1996년 12월에 고시했다. 본고시13조에 의하면 ‘발주자는 감리원을 배치함에 있어 별표2의 전력시설공사 감리원 수 이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건설공사도 ‘건설공사 감리대가기준’을 건설교통부 장관이 2006년 12월에 고시했다. 본고시7조를 보면 ‘책임감리, 시공감리 및 검측감리의 총감리원 수는 별표1에 의해 산정한다’고 상세히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설비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제8조에 ‘발주자는 용역업자에게 공사의 감리를 발주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배치해야 할 감리원 수는 정해놓은 것이 없다. 따라서 정보통신설비 및 네트워크 공사에는 몇 명의 감리원을 배치해야 하는지 규정 인원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둘째, 정보통신 감리대가 기준 규정이 없다. 감리대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감리를 합리적으로 전문업체에 발주할 수가 없다. 전력설비공사의 감리대가 기준은 전력기술관리법과 통상산업부 고시로 정하고 있으며, 건설분야도 건설기술관리법과 건설교통부 고시로 정해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보통신공사는 당연히 있어야 할 감리대가 기준 규정이 없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2003년에 엔지니어링진흥협회에서 정보통신설비 감리대가 표준품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주무부처의 고시가 아니라 협회차원의 권고안이므로 적용에 구속력이 없어 참고자료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도 이 권고안과 정보통신공사업법 간에 기준이 달라 업계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즉 권고안의 감리대가 표준품셈과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제11조)에서 정하고 있는 감리원 배치기준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면 50억원 규모의 선로공사의 권고안에는 특급감리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나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는 고급감리원을 책임자로 정하고 있다. 한편 지식경제부에서는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을 2008년에 공고했는데 그 내용의 일부가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기준에는 가장 중요한 감리원 배치기준은 아예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몇 군데(별표1 및 별표2)에 ‘공사감리란 비상주감리를 말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많은 정보통신공사 발주자가 모든 정보통신공사의 감리는 비상주로 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감리 시행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
지금 정보통신감리는 발전을 멈춘 채 표류하고 있다. 정보통신 감리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기술관리법이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감리원 배치기준과 감리대가 기준’을 하루빨리 고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정욱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장/leewook@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