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공급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자동차 부품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지만 특히 자동차 업계는 더하다. 더욱이 쌍용차 사태나 그동안 해마다 되풀이 되어 온 노사 분규에 지칠대로 지쳤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도 이 같은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544개 1차 자동차 부품업체 중 32%인 174개 업체가 업계 평균 부채비율을 웃돌며,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어서 재무건전성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근간 산업이다. 전후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미는 산업이다. 그러나 속내는 ‘멍 투성이’다. 취약한 재무구조와 경영 건전성에서 평균을 밑도는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후발주자로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내실에서는 생각해 볼 문제가 많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육성하는 것은 넓게 보면 IT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의 80%는 전장(電裝)’이라는 말처럼 자동차와 IT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가깝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부실하면 IT업계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회성 처방이 아니라 재무 위험군 업체들을 항구적으로 건전하게 만들 수 있는 영구 정책이 절실하다.
산업연구원 측은 이의 해법으로 연관업계와 수평적 공급웹을 구축해 전문화와 대형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맞는 이야기다. 공급 구조를 바꿔 안정적이고 건전한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의 그린산업 육성 표적이 바로 자동차다. 신성장 동력을 보닛 아래 모두 끌어안은 자동차 부품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좌고우면’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