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경제계획의 화두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1%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를 철폐하면서도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를 하고, 비싼 신재생에너지의 원가를 세금으로 보상한다. 이 모델이 과연 지속 경제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가.
태양광 발전은 ㎾h당 원가가 600원, 연료전지는 260원, 풍력은 107원 수준인 데 비해, 원자력은 37원이 소요된다. 20배의 비용을 치르면서 태양광이 설치된 그린홈을 대량 보급해야 할 것인가. 태양전지를 설치하면 가격의 85%에 해당하는 수입이 유발되고, 풍력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다. 이런 형태로 녹색보급을 한다면 과연 우리의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녹색성장의 모델은 무엇인가.
독일은 태양광 발전단가를 보상하면서 세계 시장의 18%를 선점하는 대량보급 체계를 갖춰 신시장을 창출하는 성장전략을 취했다. 원자력에 비해 그렇게 비싼 에너지인데도 태양광에 의존하는 것은 원자력을 위험한 에너지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는 끔찍한 재난이었다. 그러나 그 사고 이후에 원자력을 포기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이 사고의 원인을 연구하고 문제점을 극복해가는 나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판단해야 할 점은 ‘태양광이 미래의 궁극적 에너지가 될 것인가’ 하는 점과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인가’ 하는 점이다. 이 판단에 따라 궁극적인 목표와 이 목표지점까지 가는 최적경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녹색산업을 늦게 시작한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혜다.
태양광발전은 미래의 핵심에너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지구상에 끝까지 주어질 에너지는 태양에너지기 때문이다. 사하라 사막 2%의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면 지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한다고 한다. 그래서 태양에너지 기술과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는 단계에서는 보급사업보다는 기술개발과 시범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기술이 앞서는 수준까지 가는 동안에는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검증 수준의 시범사업을 하고 곧바로 다음 기술 개발로 옮겨가는 단계를 몇 차례 거듭해야 한다. 이렇게 5년만 집중하면 기술 1등 국가가 될 것이다. 제품기술 1등이 된 시점에 대규모 생산기술과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확보를 위한 민간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접근해야 녹색성장이 비로소 경쟁력 있는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에도 유사한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전시적인 보급사업을 절제하고 기술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녹색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투자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비효과적인 보급사업의 예산을 절약하면 기술개발을 위한 예산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이 외국에 비해서 값싸고 품질이 좋은 근본원인은 전력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에 기인한다. KAIST에서는 원자력 연료의 폐기물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료효율 향상과 안전성에 관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다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 수출국가가 될 것이다.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극복하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하면 독일이 훗날 원자력과 태양광 기술을 배우러 우리를 찾아 오지 않겠는가.
이재규 KAIST 교수·EEWS 기획단장/jk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