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전년에 비해 10.2% 늘어난 34조49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16.2% 늘어난 13조848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2년과 2005년만 제외하고 나머지 해에는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액 비중은 2000년의 2.3%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8년에 3.37%로 올랐다. 절대규모 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두 자릿수 투자 증가율이나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GDP 대비 투자액 비중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독특한 것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독일·프랑스·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비가 전체의 72.9%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주체별 사용액 부문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기업이 26조1000억원으로 75.4%를 차지했고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이 각각 13.5%와 11.1%로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 투자가 제품개발이나 상용화 분야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파악된다. 부존 자원이 부족해 제조업을 통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상황을 방증하는 통계기도 하다. 당연히 연구개발 단계별로 본 연구개발비는 기초연구 분야가 전체의 16.1%에 그쳤다. 응용연구는 19.6%, 개발연구는 64.3%에 이른다. 기초연구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0.3%포인트 늘어나기는 했지만 미국(17.5%)이나 프랑스(23.8%)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휴대폰이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IT제품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한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나 특허를 사용하는 탓에 그에 상응하는 로열티 지출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형국이다. 당장 돈 되는 상용화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원천기술이나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투자프로그램 확대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