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풍요로운 미래 열어줄 `나노융합기술`](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200909170118_17014338_1208568898_l.jpg)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예전 꿈속에서 상상하던 기술을 하나하나 실현하며 인류의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손목에 장착된 키보드로 조작하는 유비쿼터스 정보교환 기술,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스스로 감지해 이를 퇴치하기 위한 약물을 투여하는 바이오칩 및 약물전달 기술, 또 석유에너지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청정 수소에너지 기술 등이 앞으로 수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에 훌륭한 고효율, 저비용 모방연구체제를 갖춤으로써 기계공학, 화학공학, 전자공학 등 분야별 기술집약적 특화연구를 통해 IT, 자동차, 조선, 철강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근접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학기술 발전 방향은 인간의 삶의 질과 편의성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과거의 분야별 특화기술 중심에서 이제는 분야와 분야를 서로 결합한 융합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연구체제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융합기술이란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과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학제 및 이종 기술 간의 결합을 통해 확보되는 미래혁신기술을 의미한다. 즉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에너지기술(ET) 등 개별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분야 간의 상승적인 융합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융합 기술 분야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 분야 중 특히 나노기술은 타 기술 분야 발전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현재의 과학기술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융합기술은 나노미터 수준의 극미세 영역에서의 물질구조 및 형상제어로 신물질을 창조한다. IT·BT·ET 등 분야에 응용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고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나노융합기술은 다른 기술 분야와 비교해 기술의 원천성과 기반성이 높다. 세계 각국의 융합기술 전략을 살펴보면, 미국은 과학재단 주도로 이미 2002년부터 ‘NBIC기술 융합전략’을 추진해 첨단 복합 나노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EU 프레임워크프로그램’을 통해 나노-바이오 융합기술 개발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2004년 융합기술 지원을 통해 7대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신산업 창조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1월 범부처적인 ‘국가 융합기술 발전의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 목표는 2015년까지 나노융합산업 3대 강국 진입과 세계시장의 15%를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나노융합산업의 시장예측 전망은 세계 시장 규모가 2014년 2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이고, 국내시장 규모는 2020년 593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UX리서치사의 평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4위권의 나노기술 경쟁력 확보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생존이 달려 있는 21세기 기술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창조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나노융합기술 분야의 원천기술 연구, 기술이전 및 산업화, 인력양성에 투자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005년 산업기술포럼에서 발표했듯이 ‘한국은 NT, IT, BT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의 미래는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는 조언을 되새겨 보면서, 나노융합기술을 국가 성장동력의 핵심 분야로 육성함으로써 국가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을 제안한다.
KAIST 나노융합연구소장 홍순형 교수 shho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