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요금 인하 논쟁이 이동통신사업자의 영업초과이익(EVA) 환수 논쟁으로 번졌다.
소비자 측에서는 이통사업자의 영업초과이익이 지나치게 많다며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에 사업자는 외국과 비교해 수익성이 과도하지 않으며 이익이 많다고 무조건 줄이라는 것은 반시장주의적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이처럼 팽팽했으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납득할 만한 ‘한국형 통신요금 평가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17일 이경재(한나라당)·조영택(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이동통신요금 적정한가?’ 토론회에서 정영기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이통사업자의 지난 8년간 영업초과이익(누적 EVA)은 총11조5606억원에 이른다”면서 “이런 규모를 고려할 때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VA란 영업과 이자비용, 주주보상 등을 하고도 남는 순수한 이익을 말한다. 정 교수는 주파수 자원을 국가로부터 임차한 이통사가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만큼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가를 높게 매겨 일정 부분 회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EVA가 반드시 회수할 대상인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 상무는 “이동통신은 단기간에 계속적인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산업 특성이 있다”면서 “투자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수익성(EBITDA 마진율)은 24위에 그치는 것을 봐도 우리나라 이통사 수익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익이 많다고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주파수 할당대가 역시 시장 가격에 따라 적절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과 교수 역시 “이통요금 인하를 위해 사업자 스스로 요금을 인하할 유인과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요금 인하를 실현할 수는 없다”며 실효성 있는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통요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특성을 반영한 설득력 있는 요금 비교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같은 의견을 보였다.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 과장은 “국제적인 요금 비교에 이용량이 많고 결합상품 할인, 소외계층 할인 등 국내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요금수준 비교를 위해 국내 상황을 반영한 정확한 이동통신요금 조사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기 교수 역시 한국형 통신요금 평가지표의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고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도 생산적인 요금정책의 논의를 위해 정확한 요금수준의 파악이 필수적이라며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김금래, 허천, 정옥인 의원, 민주당 김동철, 유윤근, 전병헌 의원,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심규호·황지혜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