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쓸개를 내주다 못해 이제 영혼까지 팔아야 하나 싶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상식조차 안 통하는 억지가 점점 늘고 있다. 불만고객이 아니라 ‘진상’고객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툭툭 털어버릴 일도 시간적 정신적 보상을 하란다. 이외수 작가의 소설 ‘괴물’에 나오는 ‘배달헌장’에 ‘철가방은 신속배달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안으로는 욕설감수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는 수금철저에 이바지하겠다’는 글귀가 나온다. 이제 짜장면을 배달하면서도 욕설을 각오하고 협박을 감내해야 한다. 직원 처지에서 보면 애환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진상고객에게 누적된 억울함이 일반 고객에게 노출되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보자.
해외의 한 렌터카 회사에서 일어난 실화다. 고객이 방금 빌린 차량이 접촉사고가 나서 사고신고를 했다. 직원은 다친 곳은 없는지 재차 물으며 “차량이야 언제든 확보하면 그만이지만, 고객님은 이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안 계십니다”고 위로했다. 반면 한국에서 일어난 실화는 너무 대조적이다. 아들이 다리가 부러져서 보험금을 지급받으려고 보험사를 찾았는데 직원이 무심하게 보험금이 많지 않다는 변명부터 늘어놓는다. 나에게는 가슴이 내려앉는 큰 사고인데 그에게는 단지 일상적인 업무일 뿐이다. 오로지 진상고객이 아니길 바라면서 빨리 해치우고 싶은 직원의 업무처리 태도가 고객은 섭섭하다. 물론 매일 몇 십 건의 죽음을 접수하는 보험회사에서 다리 부러진 사고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예상보다 적게 나온 보험금에 억장이 무너지고 직원의 무신경한 태도에 복장이 터진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고 움츠렸다가 뛰면 더 빨리 도움닫기를 할 수 있다. 고객 불만은 새로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출발지점이다. 일상에서 깍듯하게 ‘친절히 모시겠습니다’는 열 마디 말보다, 곤란할 때 진심으로 애써주는 자세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