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호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개발시장은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신제품 출시 시기가 점점 단축되고 기존의 제품에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요구받고 있는 요즘 시장상황에서 느끼는 엔지니어들의 고민과 심리적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ASIC이란 주문형 반도체로서 특정용도의 집적회로를 통틀어 말한다. 개발단가가 아주 저렴하고 구형면적을 소형화할 수 있으며 소비전력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최소 개발수량이 수십만대에서 수백만대에 이르는 양산시스템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설계가 어렵고 실패했을 때 수정이 불가능하며 재시도 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제조공정시간이 오래 걸려 납기가 길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경기불황엔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다. 프로그래머블 로직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내부선이 포함돼 있는 반도체소자다. 주로 개발단계에서 샘플로 만들어졌던 반도체를 어떻게 양산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겠지만 그동안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전력문제와 개별단가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소된 제품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설계 중간에 디자인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과 바로 프로그램하고 테스트해서 단 1개 생산이라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양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FPGA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는 것도 출시되고 있으며 ADC를 통한 아날로그 신호 처리, 플래시 메모리, 클록 생성기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 한 개의 FPGA 내에서 많은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로 하여금 다양한 기능 및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시스템의 단순화 및 가격 경쟁력에서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소량 다품종화 시대에 완제품의 재고 위험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경기불황에 FPGA를 선택하는 것이 아주 바람직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ASIC에 의한 개발률이 높은 편이다. 단가와 절대적 생산수량을 높이기보다는 좀 더 실속 있는 선택이 중요할 때다.
고보철 아이앤씨 마이크로시스템 테라텍사업부 차장(엔지니어) bckoh@i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