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위반혐의를 두고 유럽연합(EU)과 인텔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IDG뉴스는 인텔이 반독점 위반혐의로 사상 초유의 벌금을 부과한 EU집행위원회가 필요에 따른 선택적 증거 채택으로 유죄판결과 벌금을 부과했다며 맹렬한 비난에 나섰다고 전했다.
인텔 측은 이날 발표에서 “(인텔은) 집행위가 경쟁의 결과를 바꾸기 위해 선입견을 갖고 조사에 나섰고 자신들의 견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편향된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방적이고 정해진 결론을 향한 증거의 선택과 해석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또 집행위가 x86 프로세서, PC제조사, 그리고 인텔이 AMD와 경쟁하는 방식 등 시장환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텔의 이 같은 맹공은 같은 날 EU집행위가 인텔과 컴퓨터 제조사간 주고받은 e메일이 담긴 증거자료를 공개한데 대한 해명과 대응의 성격이 짙다.
집행위 자료에는 AMD 등 경쟁업체 제품을 사용할 경우 인텔이 보복할 것이므로 이를 유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일정비율 이상 인텔 제품을 사용한다는 조건 아래 리베이트가 지급됐다는 내용과 인텔이 증거를 은닉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음도 적시됐다.
집행위의 한 관계자는 “이 e메일들이 이번 조사의 ‘결정적인 증거(smoking gun)’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양 측의 날이 선 이같은 공방은 집행위가 인텔이 시장 지배적인 입지를 이용해 불공정한 경쟁을 펼쳤다며 반독점 위반혐의를 물어 10억6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라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행위는 인텔이 AMD 등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사 컴퓨터 칩을 사용하는 PC제조업체들에 수년간 리베이트를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인텔은 또 경쟁 제품을 사용하려는 PC 제조업체들에 금품을 제공하면서 해당 칩이 탑재된 PC의 출시 중단이나 연기를 종용했으며 불공정거래 조사 당시 증거를 은닉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인텔은 지난 7월 유럽 1심재판소(항소법원)을 통해 항소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유럽 옴부즈맨이 집행위의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텔의 반격이 시작되자 집행위 측은 인텔의 반독점 위반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공개하며 또다시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