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회계 보고 기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번들 상품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에 유리하도록 대폭 개정된다. 이에 따라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HP·IBM·시스코 등 IT 서비스 업체의 분기 성적표가 예상보다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재무 회계·보고에 대한 표준을 지정하는 기관인 미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결합한 IT 상품이 증가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마련한 새 회계 기준을 23일(현지시각) 승인, 2011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기존 회계 보고 기준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면 판매 총액이 현 분기 매출에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아이폰이 2년 약정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매출도 8분기로 나눠 재무재표에 기입된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새 규정에선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면 이 매출이 현재 분기에 모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외신은 새 기준의 최대 수혜자가 애플 아이폰, 팜의 프리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6월 27일 마감된 애플의 분기 매출과 수익은 각각 17%, 58% 뛰게 된다. 또 아이폰 매출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20%보다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됐다. 이는 ‘프리’ 출시 초기에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8월 28일 마감된 분기 매출이 오히려 81% 줄어든 팜에게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시스코시스템스·델·IBM·HP·제록스 등도 당장 분기 수익과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HP·IBM 등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 상품을 판매할 때 설치·교육·유지보수·업그레이드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소프트웨어 매출을 장기적으로 반영했다면 이제는 즉시 분기 매출에 성과를 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은 또 지속적인 사후 서비스가 필요한 의료장비·자동차·바이오 분야 업체들도 반길 만한 규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쇼 우 카우프만브로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과를 보다 쉽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데이비드 지온 크레디트스윗 애널리스트는 “이번 새 규정이 기업의 실질적인 거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