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상파 방송사, 인터넷 끌어안기 ‘잰걸음’

유럽 지상파 방송사들이 기존 TV방송과 인터넷을 융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TV’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 끌어안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수개월 뒤 영국·독일 등 유럽지역에서 지상파 다시보기와 인터넷 양방향성이 결합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는 몇몇 협력사들과 함께 ‘프로젝트 캔버스(Project Canvas)’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내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셋톱박스와 초고속인터넷이 연결된 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시청이 끝나면 관련 정보사이트 링크 등 양방향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용화된 IP TV와 유사하지만 별도의 가입이 필요없는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BBC의 아이플레이어(iPlayer)나 미국 훌루 등의 캐치업(다시보기) 서비스 등도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 서비스는 컴퓨터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 방송사들이 자사 시청자들과 TV광고를 잠식할(카니발라이징) 것을 우려해 인터넷을 끌어안는데 신중해 왔지만 이제 이유가 어떻든 경기침체로 TV광고 매출이 줄어 들면서 일부 방송사들이 이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광고에 덜 의존적인 유럽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른 방식의 미디어 선택권을 제공, 시청자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고민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BBC의 이 같은 시도가 이미 유료TV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리티시 스카이 브로드캐스팅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며 BBC를 총괄하고 있는 BBC트러스트가 올가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향후 이 플랫폼을 자사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스포츠 등 다른 프로그램 패키지 사업자에도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또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독립 개발자들이 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위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BBC와 협력하고 있는 브리티시텔레콤(BT)의 가빈 패터슨 소매 부문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다”며 “이제 인터넷과 방송이 함께할 최적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BT는 BBC 외에도 ITV·파이브 등과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