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 관련 정부 발언 신중해야

[통일포럼] 북한 관련 정부 발언 신중해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 및 다자 대화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후진타오 주석의 측근으로, 당시 후진타오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국제사회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다시 나오겠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핵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일을 되새겨 보면 북한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선,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일이다. 핵실험이나 성명서·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형성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화해 북한의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북한의 어떠한 행위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가 겉으로 보이는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항상 협상과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음은 북미 간의 대화가 진행된 방식을 보면 유추해 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에서 보더라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긴장시키고 이를 다시 대화의 장으로 전환해 풀어감으로써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바를 관철시키고자 한다. 북한의 행동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떠한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는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평가할 수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이전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이면서 일정 부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를 취했다면 현 정부는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원칙에 접근할 때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서 북한과의 대화는 많이 줄었으며, 북한의 대남 비난 강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있고 남북관계의 경직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번 개성공단 임금협상에서 우리 측에서 어떠한 요구도 들어주지 않음으로써 북한 스스로 요구를 낮추는 새로운 형태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협상의 방식이야 나름대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떠한 방식이 더 좋고 중요한지는 당시 상황과 북한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에 대한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는 북한의 협상 태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따라서 협상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임진강댐 방류 사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방식은 안타깝다. 무고한 생명이 죽고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을 슬프게 했던 일이지만 정부는 정확한 사태 파악에 우선 집중했어야 한다. 특히 통일부 장관의 ‘북한이 의도를 갖고 했다고 보고 있다’는 국회에서 한 발언은 신중치 못했다. 어떠한 경위가 있었는지에는 냉정한 판단과 분석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으로부터 비켜가고자 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정보의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남북 협상에서도 정보력 부재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북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해야 하는 정부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