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인텔의 앙갚음(retaliation)이 두려워 인텔의 라이벌인 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사용량을 대폭 줄였던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인텔의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인 유럽연합(EU)이 최근 공개한 관련 보고서를 인용, HP가 2000년대 초반 100만개의 CPU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AMD의 제안을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인텔의 보복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HP는 결국 AMD로부터 총 16만개의 CPU만 넘겨받는 걸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HP는 또 2002년 8월19일 AMD의 x86 칩을 적용한 데스크톱PC를 출시했는데 이후 인텔로부터 여러가지 압박을 받은 바 있다고 EU 조사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당시 HP와 인텔이 칩 공급업체가 컴퓨터 제조사에 제공하는 인센티브인 리베이트에 관한 협상을 진행중이었다”며 “리베이트 자체는 합법적이지만 인텔은 자사의 칩을 사용하도록 컴퓨터 회사들을 유도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편법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HP는 AMD의 칩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텔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걱정하고 있었고 AMD에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보고서는 기록했다. HP와 인텔은 수 많은 이메일과 문건들을 주고받으며 이 사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EU측은 밝혔다.
HP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인텔은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았고 조사중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불법적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968년 창립한 인텔은 PC와 서버의 핵심 장치인 x86 계열의 CPU를 개발, 9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적 공급업체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1년 늦게 창립한 AMD는 CPU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으나 번번히 인텔에 고배를 마셔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