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확충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투자 없는 성과 없고 노력 없는 결실 없다. 투자는 기본이고, 어떤 성과를 낳는지는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R&D 없이 국가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강국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국가에서 R&D 투자는 필수적이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R&D 예산안에 아쉬운 점이 많다. R&D 육성 의지를 높이 살 수 있으나 각론에서 보면 지나친 편중 현상이 곳곳에서 보인다. 창의적 기초연구, 신성장 동력·녹색기술 개발 투자에 1.5배의 예산이 늘어나는 데 비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쪽은 오히려 10.9% 줄었다.
이명박정부의 정권 중반기 산업육성 의지를 담았다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물론 이번 정부의 산업 어젠다가 ‘녹색’임을 강조하는 측면이라면 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산업과 중소기업, 에너지에 대한 투자 소홀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은 그냥 놔둬도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있는 집단이다.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존재하는 이유도 수만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이 없으면 지경부도 없다’는 말처럼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의지를 천명했는데도 한쪽으로는 예산삭감이라는 현실을 적용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래도 좋고 녹색성장도 좋다. 하지만 주위를 먼저 둘러보고, 지금 가장 아파하는 곳에 수혈하는 것이 현실적인 정책이다. 정권의 치적만을 우선시하거나 비현실적인 경기회복 ‘출구전략’에 뭉칫돈을 쏟는다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기업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