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세금계산서 `운용의 묘` 살려야

 중소기업들이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전자세금계산서 사용을 앞두고 대기업의 횡포에 휘둘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그룹 계열사가 운용 중인 전자세금계산서 애플리케이션 임대(ASP) 서비스를 강매해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개 이상을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전자세금계산서 ASP 서비스 이용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배경이다. 전자계산서 ASP 요금은 월 정액 1만원 이상, 건당 200∼1000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래 건수가 많으면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반영하듯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e세로’ 홈페이지에는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이 대기업 계열 ASP사의 매출만 늘려준다”는 항의성 메일이 잇따랐다.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전자세금계산서가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비용상승만 부채질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니 아이러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 계열 업체들이 앞다퉈 전자세금계산서 ASP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사 발행 포맷으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배타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상호 호환성 문제가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이래저래 중소기업만 괴롭다. 여러 그룹과 거래하면 각기 다른 전자세금계산서 ASP 서비스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유통허브 구축이 논의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만 높여줄 가능성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객 정보 공유에 따른 보안 문제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세청 등 정책 당국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힘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리한 상황만 조성되는 것이라면 아예 없는 것만 못하다. 이른바 상생이라는 대전제를 위해서라도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