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지식재산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의약 관련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드러진다. 최근 5년간 미국 내 지식재산 분쟁이 빈번했던 주요 기술 분야를 보면 IT 분야(20%)에 이어 의약 분야(18%)가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의약 분야의 지식재산분쟁이 잦은 이유는 우선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이라는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획기적인 기술 하나로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이저는 비아그라 제품 하나로 작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1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국산 중형차 10만대 수출과 맞먹은 수치다. 수익률을 생각하면 더 경이적이다. 일반적인 제조업 매출수익률이 5% 내외인 데 비해 첨단 의약품 분야는 3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 보자. 의약품 분야에서는 주목할 만한 신약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제44회 발명의날’ 행사에서 발명대왕상을 수상한 동화약품의 ‘자보플록사신’이 대표적이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메디슨,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선진기업들의 견제도 예상된다. 벌써 몇몇 기업은 지재권 분쟁에 휘말린 경험이 있다. 의약산업 특성상 산업이 발전할수록 관련 분쟁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재권을 이용한 선진기업들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산업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지재권 분쟁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 의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효과적인 지재권 획득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특허를 선점하고, 기술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경쟁력 있는 특허를 획득할 수 있도록 R&D 기획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지재권 획득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산업계와 공동으로 녹색성장과 관련한 주요 분야에 대해 ‘지재권 획득전략’을 수립, 지원하고 있다.
둘째, 관련 분쟁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법체제를 갖춰야 한다. 분쟁이 장기화되면 승패에 관계없이 기업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분쟁해결을 보장하는 사법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특허전문 연방 항소법원(CAFC)과 같이 특허의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을 모두 관할하는 사법제도를 참조해 볼 만하다. 아울러 지재권과 과학기술 전문가인 변리사들이 분쟁해결과정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셋째, 지재권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연구 현장의 인력은 물론이고 기업경영자, 법률전문가, 산업정책 담당자 중에서도 지재권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특허청은 공과대학들과 공동으로 특허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캠퍼스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를 열고 있다. 또 중소기업은 직접 방문해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국외 특허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 지식재산 실무 인력양성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확정된 ‘신성장동력 종합계획’에 의료기기분야를 포함시키고, 2018년까지 세계 5대 의료기기 강국을 목표로 각종 지원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의약분야에 몰리고 있어 잠재적인 인적자원도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의약산업이 다음 세대 대한민국 주력산업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고정식 특허청장 kohjs@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