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회의, 유치보다 의제 설정이 중요

 2010년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는 우리나라 경제·외교 등 국가 주요 분야 발전의 촉진제가 될 전망이다.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을 뿐 아니라 성공적 개최는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G20 정상회의 유치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 경제위기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극복해 인류 발전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경제 이슈를 관할하는 새 협력체를 우리가 주관하며 명실상부한 OECD 가입국가로서의 위상를 갖추게 된다. 행사가 열리는 11월은 글로벌 금융위기 2년째가 되는 시점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경제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때 회의를 주도하는 의장국으로서 발언권을 강화해 실리를 찾아야 한다.

 외교 분야에서도 회의 주요 안건인 경제 이슈뿐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자원, 기후변화, 빈부 양극화 등 글로벌 이슈를 다뤄 국제사회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 사무총장 배출국인데도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에 발목이 잡혀 6자회담 등에서 주도적이지 못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G20 정상회의는 국제 관계 질서 속에서 주도적인 역량을 펼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회의 유치도 대단한 일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막될 때쯤이면 각국이 출구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적절하고 구체적인 의제설정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정부 각 부처가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를 작성해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남의 잔치에 안방 내주는 격’이 될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유치에 취해 정부가 너무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이미 회의는 시작됐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