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한다. 정보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 녹색기술 등 첨단기술 개발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가 풍성한 과실을 얻을 수 없듯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초연구의 밑받침이 중요하다. 실례로 미국 산업특허 인용 논문의 70% 이상이 정부 기초연구 지원성과의 결과물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기초과학이 중요함을 잘 나타내 준다.
기초연구는 기술 주권시대의 성장원동력이다. 기초과학이란 바로 1∼2년 후의 미래가 아닌 10년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일본,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도 향후 기초연구 투자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다. 2009년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비 중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3%로 2012년까지 세계 7대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하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 정책은 현재까지 선진국 모방 및 추격형 모델을 추구해왔다. 여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새로운 지식창출을 기반으로 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연구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초과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우선 연구 주체인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중등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이 주요 국가에 비해 낮으며, 발굴된 우수 영재들마저 이공계 기피, 해외 유학 선호 등의 현상으로 경로가 바뀌거나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재능을 조기에 발견해 체계적인 학습을 시켜 과학기술리더로서의 자질을 개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들이 국내에서 신진 연구자로서 기초과학 분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위 과정과 박사후 연구원 생활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 외에도 기초과학 분야 출연연구원의 안정적 인건비 지원을 확대해 이공계 전공자들이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둘째,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는 20∼30대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 도전적인 연구를 독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초연구의 사회적·국제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실험실의 연구성과를 활용 가능한 핵심 기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산학연 연계로 연구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또 미래 예측을 통해 환경, 에너지 등의 사회적 이슈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한 공공 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기초연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도전과 기회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진다.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의 진보가 필수다. 기초과학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초과학의 필요성을 장기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국민적 정서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에 투자해 세계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비상을 시작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이웃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서판길 기초과학연구진흥협의회장(포스텍 교수), psg@po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