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패키지 SW 도입 "독인가? 약인가?"](https://img.etnews.com/photonews/0910/091004073637_71896436_b.jpg)
경제 성장이냐 분배냐, 기술 발달이냐 환경보호냐. 시대를 아우르는 맞수와 같은 논의들이 있다. 이들 사안은 지나치게 거시적이기에 현업에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는 자체개발과 패키지SW 활용에 대한 선택 문제가 중요하다. 전체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나 비용, 효과 부분이 무엇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 시스템 구축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전문 솔루션 업체들의 IFRS 패키지를 도입할지 자체 시스템을 개발할지를 두고 심사숙고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개발 대 패키지SW 논쟁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권이나 공공 분야에서 아직도 두 방안이 대립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자체개발보다 패키지SW를 활용하는 기조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왜 그럴까. 이미 우리나라 대형 제조 산업에서 검증된 것과 같이 패키지SW가 가진 신속성이나 표준화라는 부문이 급변하고 글로벌화하는 기업 비즈니스 환경에 보다 적합할 뿐만 아니라 자체개발에 비해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또 패키지 기능이 광범위해져 제조 산업뿐 아니라 금융과 통신 산업에 필요한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패키지SW의 기본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저렴한 개발비 및 짧은 개발시간, 시장 요구에 대한 뛰어난 반응성, 새로운 기능 적용이 용이하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조직의 특정한 요구에 쉽게 적용가능하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다. 패키지의 기술발달로 프로세스 및 데이터 모델 부문으로 나뉘어 고객의 선택폭이 넓어졌으며 패키지SW에서도 자체개발의 주요 장점으로 꼽혔던 기업 고유의 사상이나 프로세스, 문화를 보다 원활하게 반영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패키지SW를 기반으로 하는 커스터마이징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일까. 여기에도 생각해야 할 점은 있다. 무분별한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보수정비지원을 요구하기에 ‘총소유비용(TCO)’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습관적으로 사용해온 프로세스는 아닌지, 각각의 커스터마이제이션이 비즈니스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패키지SW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애플리케이션의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최후의 방법이어야 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때에만 국한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커스터마이제이션은 패키지SW의 엔진 성능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프로세스 영역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 경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전사적인 표준화 및 커스터마이제이션 최소화라는 원칙에 입각해 ERP 표준 기능 활용을 극대화한 포스코는 시스템 구축으로 10년 동안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경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제는 자체개발이냐 패키지SW냐 하는 과거의 논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이제는 자체개발을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패키지SW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춘 신속한 IT시스템 구축으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원식 한국오라클 사장 wonsik.yoo@ora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