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출유망中企 99곳 홈페이지 `웹 접근성` 따져보니

 해외에 가전 제품을 수출하는 A업체는 최근 미국에 있는 한 소비자에게 500자 분량의 항의성 e메일을 받았다. 제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품 시연 동영상을 클릭했으나 ‘재생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확인결과 해당 홈페이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만 최적화돼 파이어폭스·오페라·사파리·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로 접근한 경우 글씨가 깨지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 내 대부분의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볼 수 없었다. A업체는 결국 수천만원을 들여 해외 고객용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른바 ‘디테일’을 소홀히 해 A기업이 입은 무형적 손실은 수천만원 이상이다.

 6일 전자신문이 SW전문업체인 펭귄소프트(대표 문선주)와 함께 올해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가 서울지역 내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한 99개 기업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웹 표준을 100% 준수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어 웹 표준을 무시하는 MS의 웹브라우저 IE에 종속된 국내 인터넷 환경이 기업의 수출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99개 기업 모두 IE 환경에서는 홈페이지가 원활하게 작동하나, 파이어폭스 등 여타 웹브라우저 호환을 지원하는 홈페이지는 40개에 불과했다.

 IE에 이어 웹브라우저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이어폭스를 지원하는 기업은 52개에 머물렀다. 파이어폭스를 사용했을 때 47개 기업 홈페이지의 기업PR·제품 시연 동영상 등을 재생할 수 없었고 홈페이지 레이아웃이 일그러졌으며 제품 소개 내용 중 일부를 알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 기업이 수출 지향적으로 현지화에 관심이 높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타 기업의 경우 웹 접근성에 더욱 관심이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IE의 웹브라우저 점유율이 하락하고 파이어폭스 등 여타 웹브라우저 점유율이 상승하는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여서 자칫 한국기업이 온라인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이나 비즈니스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국적 웹 분석업체 넷 애플리케이션즈가 지난 1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E의 지난달 시장 점유율은 8월보다 1.3% 떨어진 65.7%를 기록, 역대 최저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낮아진 결과다. 반면 파이어폭스는 8월보다 0.8% 증가한 23.8%를 기록했고, 크롬과 사파리는 각각 3.2%와 4.2%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홈페이지 기획단계부터 웹브라우저 호환성을 고려하는 사례는 드물다. 기업들의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하는 웹 에이전시 전문업체 클라우드나인크리에이티브의 강재원 과장은 “국내 기업들의 홈페이지 구축 관련 요구 사항은 대부분 화려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브라우저 호환성 등 웹 표준은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웹 접근성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다”고 우려했다.

 문선주 펭귄소프트 사장은 “홈페이지는 고객이 기업을 만나는 첫 번째 관문으로 기업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디테일을 소홀히 하는 경우 기업 매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