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연구` 지원 충분한 가치 있다

[통일포럼] `북한연구` 지원 충분한 가치 있다

정부 부처들은 관련 분야 학문을 경쟁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물류전문대학원을, 기획재정부는 금융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운영하는 데 지원을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기술경영 관련 강좌 개설과 대학원 운영을, 중소기업청은 창업 관련 강좌 개설과 창업대학원 운영에 대해 연간 수억원에서 십억여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한다. IT 관련 분야에도 적지 않은 지원이 이뤄졌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통일과 북한에 대해 교육하고 연구하는 것은 매우 유망하고 정부 지원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나는 IT 분야를 주로 연구하면서 북한 연구를 하고 있어서 IT 분야와 북한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다. IT 관련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비를 지원받을 기회도 많고, 국비 또는 민간 지원으로 해외 연수도 여러 번 다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연구자, 기관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통일부에서는 통일 관련 교육과 연구에 인색하다. 다른 부처에서 관련 분야 학문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벤치마킹이라도 해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학에서 북한 및 통일 연구 및 강좌 개설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북한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한 것도 해제해야 한다. 북한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 북한 사이트는 큰 도움이 된다. 외국에서는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2004년 11월 국가보안법 위반과 안보위해행위 사이트라는 이유로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북한사이트 차단을 요청함에 따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조선통신, 민족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30여개 북한 사이트의 차단을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북한을 연구하면서 북한 사이트를 자주 접속했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이들 사이트에 접속할 수가 없다. 우리 국민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해 북한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본다고 해서 좋지 않은 사상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오히려 북한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내 대학과 대학원에 북한학과들이 개설돼 있는데, 잘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학생이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대부분 북한의 과거 정치와 경제 등에 치중돼 있다. 북한학이 과거지향적이어서는 정부 정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발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함께 현재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통일 방안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학문으로 거듭나도록 정부 당국과 학자 등 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학이라는 학문 명칭을 통일학으로 수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한학이 통일학으로 거듭나고 통일시대에 대비한 유망 분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ebiztop@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