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합병에 이어 LG그룹이 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3개 통신 계열사를 통합키로 함에 따라 통신시장 재편이 앞당겨짐은 물론 통신그룹간 융합시대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계열 통신3사 통합은 특히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 수록 손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1월께면 연매출 8조원 규모의 유·무선 통신업체가 탄생, 통신시장의 3강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무선 통합과 방송·통신 융합 시대 대비한다=이번 결정은 융합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유무선을 하나로 합쳐 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하 압박과 함께, 결합 상품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특히 지난 5월 KT와 KTF간 합병이 성사된 것이 LG측에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데이콤과 LG파워콤 양사간 합병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그룹내 공론화된 것은 분명 KT·KTF간 합병 이후”라며 “LG텔레콤의 무선가입자 기반과 강력한 소매유통망을 LG데이콤·파워콤의 네트워크에 합치면, 다양한 결합 상품으로 향후 컨버전스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과의 통합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그룹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CEO는 누구=통합 법인의 CEO로는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8일부로 광운대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 전 장관은 곧 LG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영입돼 LG그룹 이사로 등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 법인 CEO로는 유필계 현 LG경제연구원 부사장과 그룹내 모 유력 인사도 동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 방식의 변화도 주목거리다. 당초 LG그룹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우선 합병 후, 시차를 두고 LG텔레콤을 추가로 합치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업 환경변화에 따라 3사를 일시에 합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병 절차는=이번 통합의 주체는 LG텔레콤이다. 3사 합병은 유선 1위인 KT와 달리 이통 3위사업자라는 점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합병작업은 LG그룹 계열 통신 3사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하면 본격화된다. 이달 중에 신청할 경우 내년 1월 중에는 합병이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통신사업법 기준으로 방통위에서 2개월의 처리기간을 두고 있지만 KT합병 때와 달리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기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합병인가신청 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전의견협의가 진행된다. KT의 경우 세차례 진행됐지만 LG경우는 한 번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방통위에서 전문가 심사단을 구성해 심의한 뒤, 실국 의견을 조율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최종 결정된다.
◇인가조건은=공정위와 방통위 전문가심사단, 실국의견 조율과정에서 인가조건을 붙일 지 여부가 결정된다. KT합병 당시는 필수설비제공·번호이동·무선인터넷동등접속 등 3가지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LG의 경우 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무선인터넷 동등접속’ 인가조건 정도만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LG측이 합병신청서에 이를 시행하겠다고 명기하면 조건을 없게 된다. LG가 3위 사업자라는 점, KT의 전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LG 통신그룹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LG그룹의 이번 통합 가속으로 SK통신그룹의 통합 논의도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SK통신그룹의 합병은 LG그룹과는 다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KT가 유선중심의 지배사업자라면, SK는 무선지배력 1위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은 50(SKT):30(KT):20(LGT)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심규호·류경동 기자 khsim@etnews.co.kr
LG는 3콤의 합병이 이뤄지면 훨씬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경쟁 그룹과의 격차를 좁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및 유통망 통합,고객정보 활용 등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상철 전 KT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전 사장은 옛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이석채 KT 회장 못지않게 통신산업에 대한 이해가 밝은 데다 특히 KT의 사업내용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점이 현 경쟁구도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신빅뱅 가속화
LG계열 통신 3사의 합병은 통신업계에 다시 한번 유 · 무선통신사 간 합병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 무선 융합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합병 후 비용 감축과 통합 마케팅 등 시너지 효과가 점차 나타나면서 2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 증가하는 실적을 냈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도 내년에는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진영의 통합까지 이뤄지면 유 · 무선을 넘나드는 통신 융 · 복합 서비스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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