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둘이 또 싸운다. 오늘의 미션은 색연필 쟁취하기다. 이 색연필을 맨 처음에 누가 샀는지부터 언제 양도했는지까지 과거 얘기가 다 나온다. 서로들 증거를 조목조목 대며 논쟁이 만만치 않다. 나중에는 “넌 만날 그러잖아?” “내가 뭘 만날 그래?” 하며 인격모독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드디어 심판이 된다.
싸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각자 왜 그게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동생은 그림을 그려야 하고 누나는 공부를 해야 한단다. 목적에 비추어 보면 동생은 다양한 파스텔톤 색이 필요하고 누나는 채점용 펜이 필요하다. 결국, 서로 양보해 색깔을 나누어 쓰고 누나에겐 내 형광펜을 빌려주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색연필에 연연하니까 방법이 안 찾아지는데 목적에 집중하니까 대안이 찾아진다.
‘How’만 찾지 말고 ‘Why’를 물어야 한다. 목적을 알아야 방법이 찾아지고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를 알아야 다양한 수단이 나온다. 자동차 히터 성능을 어떻게 하면 올릴지보다 자동차 히터가 왜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면 창의적인 대안이 나온다. “차에 탄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히터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면 전열시트, 외부 바람막이, 무릎 담요 등 다양한 대체방안이 있다.
창의성을 높이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목적중심적으로 생각하자. 상사가 성냥을 찾더라도 “성냥이 없다”고 답변할 것이 아니라 왜 찾는지 생각해보면 다른 방도가 있다. 만약 식사 후 이를 쑤시려고 한다면 성냥 말고도 명함, 옷핀, 손톱, 가글 등 대안은 많다. 생각은 목표를 얻기 위해 방법을 찾는 정신활동의 과정이다. 자꾸 다니는 곳이 길이 되고, 처음 간 오솔길이 대로가 되듯 생각하는 길을 열어두어야 생각의 속도가 빨라진다. 골치 아프고 귀찮더라도 목적에 집중하며 다양한 대안을 생각하자. 우리 모두 생각이 너무 원대해서 실패하기보다는 너무 보잘 것 없어서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