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객이 주춤거리는 비디오게임 시장 수요를 되살릴 구세주로 등장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사업 확장을 꾀하는 비디오게임 업계의 시선이 소녀와 여성용 게임에 꽂혔다.
연말 홀리데이 쇼핑 시즌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용 게임이 진열대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여성용 게임 장르를 외면한 채 10대 소년과 젊은 남성을 위한 제품에만 힘을 쏟았던 기존 업계 행태와 뚜렷하게 다른 경향이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이달 말 소녀를 위한 ‘리틀스트 펫 숍(Littlest Pet Shop)’과 성인 여성용 패션 게임 시리즈 ‘참 걸스 클럽(Charm Girls Club)’을 출시하기로 했다. 소니도 인기 TV쇼 내용을 본 딴 커리어 쌓기 게임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의 PSP 버전을 내놓았다.
성인 여성을 위한 피트니스 게임도 홀리데이 시즌 공략을 위한 준비태세를 마쳤다. 유비소프트엔터테인먼트가 다음달 개인 맞춤형 트레이닝 게임 ‘유어 셰이프(Your Shape)’와 춤 게임인 ‘저스트 댄스(Just Dance)’를 내놓을 계획이다. 닌텐도도 지난 9월에 출시한 인기 건강관리 게임인 ‘위 핏 플러스(Wii Fit Plus)’의 후속작을 준비했다.
미국 위드버시모건증권의 분석팀은 여성용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전체 게임 시장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IDC가 지난 2001년에 측정한 12%보다 28%포인트 많은 수치다. 특히 위드버스모건은 여성 게이머가 5% 늘면, 매년 게임 시장 매출이 10억달러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니소프트의 토니 키 세일즈마케팅부문 수석부사장은 “예전에는 남성 게임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소녀와 여성을 위한 게임을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한다”며 “유니소프트는 이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여성 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마케팅비용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소프트는 가장 먼저 여성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 4년 전 애완동물 게임 시리즈인 ‘펫츠(Petz)’를 출시해 1900만카피를 팔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EA의 경우에도 여성 이용자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시장 조사를 수행,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애완동물의 눈·액세서리 등에 맞춘 ‘리틀스트 펫 숍’을 개발해 인기를 얻었다고 풀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여성 게이머 증가 현상이 가정용 비디오게임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킹사이트용 게임이나 이동전화·인터넷 게임 등으로 일반화하는 추세라고 업계의 입을 빌어 분석했다. 따라서 엑티비전블리자드의 ‘기타 히어로’나 비아컴의 ‘록 밴드’처럼 더욱 대중적인 게임이 개발되는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