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칩 업계가 저항식(resistive)과 정전식(capacitive)의 구분을 넘나들며 다양한 구동칩을 개발,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시장이 아직 미성숙 단계인 만큼 위험을 줄이고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복안이다.
머큐리뉴스는 12일(현지시각) 지난 8년 동안 저항식 터치스크린 칩을 제조해왔던 실리콘밸리 기업 맥심인티그레이티드프로덕트가 최근 사업 영역을 정전식 분야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터치스크린의 경우 저항식, 정전식의 두가지 주요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저항식은 떨어져 있는 두 개의 판이 표면에 압력이 가해질 때 접촉해 터치 지점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지만 여러 곳의 터치를 인식하는 멀티터치가 지원되지 않고 두드릴 때 마모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반면 정전식은 스크린을 터치할 때 인체의 전류를 인식하는 기술로 비교적 비싸지만 멀티터치가 지원된다. 아이폰에 이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탑재되면서 차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맥심의 바트 드케인 이사는 “시장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저항식 외에도 갈수록 비중이 늘고 있는 정전식 시장도 함께 공략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타이코 일렉트로닉스에 인수된 칩 업체 이로터치시스템스 역시 저항식과 정전식 구동칩을 함께 내놨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초음파나 적외선을 인식하는 터치스크린 구동칩을 선보여 세트업체 고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다양한 터치스크린 기술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터치 스크린 시장에는 적어도 12개 이상의 기술이 존재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랜디 로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어떤 한가지 기술 방식만을 선택하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깝다”면서 “5년 안에 어떤 기술이 승자가 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에이미 령은 “터치스크린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단계여서 어느 방식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년 안에 우리는 다양한 기기에 탑재된 많은 종류의 터치 기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