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둘러싸고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전국을 횡행하는 무분별한 경고장들은 자녀의 장래를 담보로 학부모에게서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고, 저작권을 둘러싼 각종 ‘괴담’들 속에서 국민은 인터넷 이용의 한계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저작권자는 저작권자대로 자신의 권리를 중간의 누군가가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과 자신도 언제든지 침해자로 몰려 여론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좌불안석이다.
얼마 전 가수 손담비씨의 ‘미쳤어’ 동영상 사건이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손씨의 ‘미쳤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귀엽게 춤을 추었고, 아버지가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저작권위탁단체는 음악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포털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동영상을 차단 조치했다. 꼬마의 아버지는 과연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얼마나 침해한 것인지 반발했고, 해당 가수 소속사도 그런 동영상은 오히려 홍보용으로도 환영한다고 했지만, 저작권행사를 위탁받은 단체와 관련부처는 이것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개정 저작권법에서 도입된 ‘인터넷 삼진아웃제’는 더욱 논란의 대상이다. 인터넷 삼진아웃제는 불법 저작물이 게재된 인터넷 게시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회 경고 후 최장 6개월까지 정지를 명령하는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관련부처는 인터넷상 불법복제물을 신속하게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또 그 제한은 법원의 판결로만 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법률에 대해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지난달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기술의 발달에 맞춰 저작권법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됐고 권리주장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결과에 도달하는 사례를 가끔씩 접한다.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불법 복제물의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불법저작물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법률 적용과정에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는 사회적 손실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하고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법률의 거래비용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인 준법정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저작권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 저작권자 중에는 몇 푼의 이익보다 자신의 작품을 되도록 많은 사람이 즐기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많은 신인이나 비주류 예술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키워왔다. 지나친 저작권 보호는 오히려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문화 기득권자에게만 유리할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저작물에 대한 공정 이용의 기준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문제는 실천의지다. 저작물의 자유롭고 공정한 이용은 국내 기존판례에 나타난 의미만 잘 해석하고 집행해도 이미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저작권자 보호가 절대선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저작권자 보호와 자유롭고 공정한 이용이라는 저울의 중간을 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금은 누구도 정부 스스로가 중간을 들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jokim@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