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0일은 밤을 새고, 같은 영화만 80번을 볼 때도 있어요. 명절에 쉬는 게 소원인데, 쉬다 보면 불안해서 다시 회사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오수희 상암동 CGV 영사기사(31)의 일상이다. 여성이 흔치 않은 영사기사의 길에 뛰어든 지 5년째. 올들어 4D 프로그래머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기면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D 프로그래머는 기존 영화에 바람·진동·향기 등의 특수효과를 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사람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4D 플렉스를 운영하는 CGV에도 단 두 명만 있을 정도로 미개척 분야다.
오수희 영사기사는 “영화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4D에서 가장 중요한 의자의 모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쓴 후 조명·향기 같은 다른 효과도 일일이 기계로 입력한다”고 4D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완성된 후에도 내부 시사를 거쳐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일주일 간의 관객 반응을 보며 수정해 최종적인 작품을 낸다. 보통 한 영화에 17개에서 20개 정도의 다양한 효과가 들어간다.
일반 영화를 4D로 제작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일. 그는 “처음 일반 영화를 4D로 만들겠다고 하자 장비를 제공한 이스라엘 측에서 너희는 못할 것이라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애니메이션 ‘가필드-마법의 샘물’을 4D로 선보인 후 ‘놈놈놈’까지 7편의 영화를 4D로 재가공했다. 이 영화들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80%, CGV의 일반 상영관의 객석 점유율 24%의 3.5배나 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오수희 영사기사는 가장 보람되는 순간을 “밤새 고생한 영화를 상영할 때 뒤에 서서 관객들이 자지러지게 웃거나 즐거워하는 것”을 꼽았다.
4D 플렉스의 성공적인 시작을 바탕으로 이제 장비 국산화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 기술로 만든 의자는 이스라엘 제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션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CGV는 연내 국산 기술로 만든 4D 플렉스를 추가로 3곳 더 개관한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작업과정과 시행착오을 체계적인 매뉴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4D 프로그래머로서 그의 꿈은 무엇일까?
“트랜스포머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만한 대작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4D 시나리오까지 다 짜봤는데, 영화사 측에서 저작권 허락을 못 받아서 상영을 못하고 있지만요.”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