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법정 명령, 네티즌이 무력화 시켜

 블로거와 트위터 이용자들이 언론 보도를 규제하는 영국 법정의 명령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뉴 미디어의 권력이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각) 타임온라인, AP 등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영국 법원이 가디언에 내린 보도금지 조치가 사실상 해제됐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폴 패렐리 의원이 의회에서 네덜란드 국적 세계 3위 원유 거래업체 ‘트라피규라’(Trafigura)의 불법 유독물질 투기에 대해 질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트라피규라의 대리인인 로펌 카터럭이 고등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해서는 안된다는 보도 제한 명령을 얻어냈다.

하지만 가디언은 12일 홈페이지와 13일자 신문에 관계자의 실명만 생략한 채 관련 기사를 실었다. 네티즌들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정의 결정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수천의 블로거와 트위터 이용자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사건에 관련된 인물의 실명과 폴 패렐리 의원의 질의 내용 등을 찾아냈다.

13일 아침까지 ‘트라피규라’ ‘카터럭’ ‘가디언’ 등의 키워드가 트위터를 도배했다. 또 트라피규라가 지난 2006년 코트디부아르 아이보리 코스트에 유독물질을 유출시켰던 사건도 다시 거론됐다. 어떤 이들은 구글 맵에 카터 럭의 사무실 위치를 표시해 올려놓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3일 오전 카터 럭 측은 가디언이 의회 발언 내용을 온전히 보도하는 것에 동의했다.

가디언의 앨런 루스브리저 에디터는 “16시간 이상 환상적인 지지를 해주신 모든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감사한다. 언론의 자유를 쟁취한 위대한 승리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6년 트라피규라는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 앞바다에 수백톤의 독성 원유폐기물을 내다버렸다. 이로 인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69명이 입원했으며, 10만80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3일 트라피규라는 유독 폐기물 무단투기 사고로 질병을 앓고 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코트디부아르인 3만1000여명과 배상금 지급 문제를 뒤는게 합의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