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의 전자세금계산서용 공인인증서 시장 진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과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수수료 시장을 겨냥한 이해 갈등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예고된 대로 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코스콤 등 공인인증 4개 업체는 14일 금결원의 전자세금계산서용 공인인증서 시장 진출에 따른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업체들은 이날 비영리법인인 금결원이 진출하게 되면 시장을 독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정한 경쟁체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집단적으로 시장에 불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금결원이 전자세금계산서용 공인인증서 시장 진출의 적법성을 따지는 소송은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하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한다.
충분히 우려됐던 상황이다.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금결원이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영리법인인 전문업체에 비해 저가로 시장을 선점할 상황이 예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업체들이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을 시작으로 조달용 공인인증서 시장까지 저가 공세에 나서면 전문업체는 설 땅이 없어진다. 시장 불참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배경이다.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체제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업계의 요구대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시장쿼터제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금결원이 인증서 발급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을 통제할 기술적 장치를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말께 시작되는 시범서비스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대로 두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간다. 정부는 다시 한번 시장제한쿼터제든, 영리법인화든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