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이면 LG통신그룹 이상철호가 닻을 올릴 전망이다.
LG그룹이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계열사 간 합병을 이사회를 통해 공식 선언하면서 KT·SK텔레콤 등 통신 3사 간 시장 경쟁 구도가 급속한 재편 흐름을 타게 됐다.
LG통신그룹의 이번 합병 선언은 특히 후발사업자로서의 힘겨움을 ‘합병’이라는 몸집 불리기로 이겨나가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결정으로, 앞으로 유무선 통신 시장 경쟁구도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슈퍼헤비급 CEO”=통합법인 LG텔레콤의 수장으로 내정된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실무와 전문성을 고루 갖춘 슈퍼헤비급 CEO다.
통신 비즈니스 실무와 정책을 모두 관장해 온 남다른 이력 탓에 이질적인 유무선 사업의 통합을 진두지휘할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혀왔다. 특히 KT와 SK텔레콤의 강점과 약점에 두루 정통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이 내정자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KTF 사장과 2001∼2002년 KT 사장을 거쳐, 2002∼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유무선 통신기업을 모두 운영한 경력에 통신 정책까지 다뤄본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조직의 운영을 물론이고 규제 문제로 자주 부딪히는 정부 당국과의 관계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통부 장관 재임시절 DMB, 와이브로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주도하는 등 최근 통신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결합 상품’에서도 남다른 식견이 갖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LG 통신3사 합병법인의 이사진 7명의 윤곽도 나왔다. 대표이사는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이 맡고, CFO는 성기섭 현 LG데이콤 CFO가 담당하기로 했다. 조준호 ㈜LG 대표이사가 비상임 이사로 들어온다. 사외이사진은 전성빈 현 LG데이콤 사외이사, 신현재 현 LG파워콤 사외이사를 비롯해 현 LG텔레콤 사외이사 중 2인이 추가된다. 오는 11월 27일 주주총회에서 주주결의를 거쳐 승인되며, 내년 1월부터 합병법인 등기이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또 현재 3사 CEO들은 연말 LG그룹 임원인사 때 보직이 결정될 예정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부문별 대표에 대한 인사가 이 내정자의 통합사 운영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통합, 조직은 분리”=통합법인의 조직 구성은 유선과 무선이 분리된 사내독립기업(CIC) 형태가 가장 유력하다. 전체 조직이 통합된 이후에도 현재 LG텔레콤(무선)과 LG데이콤·LG파워콤(유선)의 사업 부문을 결합되기 어려운 상태여서 통합 운영 조직은 영역구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G텔레콤 통합법인은 무선 CIC를 현 LG텔레콤 조직이 담당하고 유선 CIC는 LG데이콤과 LG파워콤 조직들이 배치되며 현재 3개사 대표들이 각 CIC 대표직을 나눠 맡게 될 전망이다. 크게 유선과 무선 CIC로 나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 인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사가 통합될 경우 직원 수는 4500여명으로 KT 합병사 3만8000여명과 대비해 약 8분의 1 수준이며 SK텔레콤과는 엇비슷하다. 경쟁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력이라는 분석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LG 통신 3사가 그동안 효율적으로 인력 운영을 해온 탓에 통합을 해도 인력을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며 “KT 합병사와 서비스 모델이 거의 유사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서는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결합상품으로 승부=통합법인 LG텔레콤은 내년 1월 출범 이후 첫 작품으로 결합상품인 홈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4일 KT가 대대적인 서비스 출범에 나선 데 이어 하루 만에 SK텔레콤도 홈FMC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대응차원이다. LG텔레콤은 서비스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법인만의 차별화 작품으로는 ‘모바일 IPTV’가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홈FMC가 경쟁사 대비 후속 상품이라면 모바일 IPTV는 확실하게 앞설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 등은 마무리됐으며 시장성이나 대여폭 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았다. LG텔레콤은 내년 4월께 시범서비스에 돌입해 세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본격적인 ‘이상철호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