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미국 벨연구소가 4세대(G) 이후의 무선통신 핵심기술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주말 양사는 SKT 변재완 네트워크기술원장과 벨연구소 드바이시스 미트라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유무선 통신기술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MOU의 핵심 내용은 4G 이후의 무선 핵심기술 개발과 통신 네트워크에 IT기술을 적용한 네트워크 지능화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협력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SKT는 멀티네트워크 환경의 핵심 기술인 간섭제어, 네트워크 자동화 및 가상화 기술 등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또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은=양사는 제휴 배경으로 차세대 통신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변재완 원장은 “SKT는 고객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기반으로 구축한 다양한 서비스 및 네트워크 상용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벨연구소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입증된 원천기술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통신 분야에서의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좀더 복잡한 협력을 포괄하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이번 제의는 SKT가 새로운 서비스 등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기 위해 벨연구소에 처음 협력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벨연구소의 모회사인 알카텔-루슨트 등의 조율을 통해 이번 MOU까지 끌어내게 됐다.
일단 SKT는 벨연구소와의 협력이 장비 구매 등 다른 부문까지 확대되는 부분은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벨연구소와의 협력이 깊이 있게 진행되면 장비 구매 등 다른 분야까지 확대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히 알카텔-루슨트가 국내 4G 장비시장 진출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많은 관계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SKT·알카텔-루슨트 vs KT·에릭슨 구도?=이번 제휴로 ‘SKT·알카텔루슨트와 KT·에릭슨’ 형태의 재미있는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SKT과 알카텔-루슨트의 제휴 하루 전인 15일 KT와 에릭슨은 그린IT의 이동통신 시스템 적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MOU를 교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협약 이면에는 국내 4G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알카텔-루슨트 역시 자회사인 벨연구소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즉, 앞으로 진행될 국내 통신사업자의 HSPA 에볼루션 투자나 4G 투자에 대한 사업 참여 기회 확보가 협력의 전제 조건이다.
이 경우 KT나 SKT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와 협력하고 있는 회사를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알카텔-루슨트나 에릭슨 등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반가운 구도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쟁구도 형성은 불가피하다.
◇4G 장비 공급전 물밑 전쟁=KT와 SKT 모두 각각의 제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향후 4G 투자와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카텔-루슨트나 에릭슨 등 장비 회사의 목적은 명확하게 ‘장비 공급권’이기 때문이다.
실제 에릭슨은 KT와의 협력과 함께 한국에 20억달러 투자를 언급하면서 4G 사업 참여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알카텔-루슨트 역시 제휴에 소극적이던 벨연구소를 적극적으로 SKT와 엮어낸 것도 장비 공급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알카텔-루슨트와 에릭슨은 SKT의 분당연구소와 KT의 일산 단말연구소에서 진행됐던 HSPA 에볼루션 시험평가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앞서 있기는 하지만, 단순 기술 개발이 목적이라면 각국의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를 두고 한국과 협력에 나설 이유는 없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 장비에 대한 국산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장비업체의 국내 사업권 획득은 정해진 수순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래 저래 국내 유일의 4G장비 개발 및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