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여전히 총소비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전체 에너지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가로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일부 국가는 향후 수년 안에 재생 에너지 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 에너지 시스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높은 에너지 의존도에 의한 국가의 경제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기후변화 방지 및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국제 규제에 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생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재생 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설정, 산업화를 위한 기술적, 경제적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재생 에너지 기술 중에서도 특히 태양광전지(PV)는 가장 전도유망한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사실상 무한하며 무공해인 친환경 기술이다. 더구나 햇빛이 있는 어디서라도 사용할 수 있어 기술 수준만 충족된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태양 에너지는 아직까지 전 세계 총에너지 생산량의 0.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광전지 기술의 진보로 효율 향상과 원가 절감이 실현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사이에는 새로운 태양광 발전 설비와 신기술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태양 에너지 기술 분야의 풍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상황 및 환경 요인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 에너지 기술의 발빠른 산업화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내수 시장 확대와 해외 시장 확보라는 경제적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재생 에너지 관련 업체가 기술력을 확보하고, 내수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 에너지 시장으로의 진출에 힘써야 한다. 동시에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 태양전지 부품·소재 시장, 재생 에너지 기술 아웃소싱 시장 등 신규사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광 업계 및 유관 협회, 그리고 관련 정부부처 등이 나서 공공매체를 통한 태양광 관련 대국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 부문에서 먼저 태양광 발전 시설을 도입해 국민에게 재생 에너지의 효율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태양광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기업 및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태양광 에너지 내수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얻는 것과 같다.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고객의 다양한 기술·경제적 요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에너지 소비국가다. 다시 말해서 이는 커다란 에너지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IT와 반도체 등 태양광 에너지와 연관된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분한 지원과 효과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에너지 강국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충원 내셔널 세미컨덕터 코리아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