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과연 설욕할 수 있을까?’
재기를 위해 안티(反) 아이폰 진영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모토로라가 새삼 화제다. ‘레이저’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면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그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개방형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손을 잡았다. 워키토키·스타텍 등으로 무선통신시장의 신화를 만들었던 모토로라가 손자뻘 되는 새까만 후배의 힘을 빌은 것이다.
무기는 전략 스마트폰 ‘드로이드(Droid)’. 안드로이드 2.0 버전 OS를 탑재하고, 터치스크린 방식에 멀티태스킹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500만화소 카메라, 쿼티 자판 등을 갖췄다. 가장 큰 장점은 안드로이드와 연동되는 1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개방형 OS의 혜택을 극대화한 셈이다.
판매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느린 걸음을 보이던 버라이즌이 맡아 30일부터 시작한다. 목표는 오직 하나, AT&T의 아이폰을 꺾겠다는 생각에 뭉쳤다. 다시금 시선을 모으는 것은 모든 마케팅 전략을 아이폰을 정면 공격하는데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버라이즌의 인터넷 광고 캠페인 ‘드로이드 더즈(Droid Does)’는 아이폰(iPhone)을 겨냥해 ‘iDon’t’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아이폰에서 구현되지 않는 기능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있다. 리얼 키보드도 안되고, 강력한 애플리케이션도 구동 안되고, 고객 맞춤형 기능은 물론, 개방형 애플리케이션도 허락하지 않고 등등. 이 광고의 결론은 ‘아이폰에서는 안되는 것도 드로이드에서는 된다’이다.
버라이즌와 모토로라의 이같은 도발적 마케팅에 AT&T와 애플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광고로 버라이즌은 더이상 애플과 아이폰 공급 협상을 벌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토로라 역시 버라이즌과 손을 잡은 이상, AT&T와의 관계가 더 서먹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20%를 점유,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모토로라. 마지막 승부수인 드로이드로 옛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