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이 흔히들 4D 산업이라고 합니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기존 뜻에 ‘꿈이 없는(Dreamless)’ 의미가 하나 추가됐다고 합니다.”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이 지난 21일 한국국방연구원이 주최한 국방정보화 세미나에서 ‘IT 코리아 미래전략’이란 주제로 강연하던 중 SW산업의 현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불쑥 참석자들에게 이 같은 말을 던졌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군인이었지만 정보화 분야에 몸담은 터라 조 실장의 현실을 꼬집는 ‘농담 아닌 농담’에 모두들 쓴 웃음을 보였다.
3년 전 국방 분야를 출입할 때다.
당시 해군본부 CIO는 “후배(해군사관학교)들이 없어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후배들이 승진이 보장되고 폼 나는 항해과만을 선호하고 정보통신병과를 지원하지 않아 후임을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CIO는 ‘정보통신병과가 군에서 4D로 낙인찍혔다’며 우울해 했다. 강연 참석자 웃음 속에는 이와 비슷한 상념이 담겨 있다.
SW가 4D산업이라면 정보보안SW는 가히 ‘5D 산업’이라 부를 만하다. ‘무시하는(Disregard)’ 뜻이 하나 더 추가된다. 정부가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업계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정보보안 업계의 숙원인 정보보안SW 유지보수요율 인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약 8%의 일반SW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한다. 신종 바이러스·악성코드가 쏟아지는 정보보안 업계의 특성상 기업들은 매번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발비를 계속 들여야 하지만 정부는 정보보안SW를 패지키SW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반면에 외산 정보보안SW 등 외산SW에는 글로벌 기준에 맞게 20∼30%의 유지보수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보안SW 업체들은 모국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차라리 외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면 힘은 들어도 역차별의 설움은 벗어날지 모를 일이다.
정보보안SW 산업을 보는 정부의 시각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정보보안SW 업계 종사를 기피한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식이 5D 업종에 근무하는 것을 반길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정보보호 기술을 전공해도 취직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 실력 있는 학생들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해커로 전락한다. 어쩌면 정부가 해커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정보보안SW 산업의 선순환 구조는 요원하다.
일본은 토종 바이러스 백신 기업이 한곳도 없다고 한다. 정보보안SW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탓에 일본 바이러스 백신 기업은 퇴출되고 그 자리를 글로벌 백신 업체들이 대신 차지한다. 정보보안 이슈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전체 정보보안SW 산업 중 한 분야를 몽땅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셈이다.
일본의 얘기가 더 이상 먼 나라 일이 아니다. SW 유지보수요율 인상은 국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가슴에 새겨주길 기대해본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