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의 터닦기 작업인 주파수 할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내고 연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변수는 존재하지만, 주파수 할당을 더 이상 미루면 대한민국 통신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는 업계와 정부 모두에 형성돼 있다. ‘무선(전파) 고속도로’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보수·확장 공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정된 정부 자산인 주파수 자원. 국가 주파수산업의 미래와 기업들의 이해관계, 후방산업 육성 등을 모두 만족하는 상생의 해법을 찾아 본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통산업이 음성 위주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3세대(G)에서 4G로의 전환도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된 ITU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화 작업반 회의에서 4G 이동통신 기술 규격으로 와이브로와 LTE가 정식으로 제안됐다.
모든 통신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4G 전환의 밑그림이 바로 주파수 할당, 주파수 재배치다. 이 때문에 이통 3사 모두 미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이구동성 주파수 할당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4G와는 무관한 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2G가입자의 3G전환과 연계된 셈법이 그것이다. 주파수 대비 가입자 포화라는 현상도 배경이다. SKT의 3G 이동통신 가입자가 1200만명, KT의 가입자가 1140만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한층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자칫 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현재 SKT와 KT의 3G 이동통신은 2.1㎓대역에서 20㎒씩의 대역폭을 사용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 대역폭에서 수용 가능한 최대 가입자를 1200만∼13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3G 가입자가 1200만명 수준에 도달하면서 신규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파수 할당 자체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의 중요성은 방통위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강조하고 있다. 그 만큼 고민도 깊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모든 가용 주파수를 이통용으로 동원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2011년 6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이동전화 주파수에 대한 ‘회수·재배치 계획’을 확정·의결한 것은 지난해 12월 23일이다. 당시 정부는 올해 안에 할당 방법·할당 대가·기술방식·사용기간 등을 결정해 개별사업자에 대한 주파수 할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식 표명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나고 2009년도 두달여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사업자들은 방통위의 주파수 공고 소식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 신세다. 분위기상 공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4G 시장을 둘러싼 복잡한 함수관계와 주파수 할당시 절차를 감안하면, 공고가 난다해도 신청서 접수·심사 과정 등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내 할당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전국망 구축까지의 사업자 일정은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주파수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주파수가 적기에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그리고 미활용 상태로 남아있는 주파수들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 주파수 자원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03년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은 “21세기에는 주파수가 귀중한 천연자원이 될 것”이라며 주파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가에서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을 국가적인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할당되는 주파수에 대한 확보의지를 밝히고 할당에 대비해 왔다. KT 및 LG텔레콤은 이번 주파수 할당을 통해 그간 숙원이었던 800㎒∼900㎒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T도 3G(WCDMA) 가입자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1㎓ 대역의 할당을 희망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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