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더니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것을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지고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수주대토(守株待兎)의 고사다. 어떤 착각에 빠져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성공체험이 강렬하고 극적일수록 이를 잊지 못한다. 성공체험에 집착하면 타인의 시각을 듣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태클을 걸고 대드는 부하를 주목하자. 눈여겨보았다가 인사고과 때 복수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귀기울여 들으면서 내 성공체험을 재고해보라는 얘기다. 자만심과 성공체험을 삼키지 못하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비판을 싫어하는 리더는 조직을 침묵하게 한다. 침묵은 ‘Gold’가 아니라 ‘Cold’다. 반대하면 큰일나는 조직, 반박하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조직은 냉소(Cold)적으로 변한다.
턱을 내밀고 대드는 부하, 틀렸을 때 용기내어 지적할 줄 아는 부하를 곁에 두자.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고 미처 못 본 다른 면을 일깨우는 부하에게 상을 주자. 정치에 초연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과 시간을 만들자. 사내에는 정직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크기는 리더의 그릇 크기에 비례한다.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성공체험에만 집착하는 리더는 자기보다 작은 조직을 만들어낼 뿐이다. ‘자만심을 누르는 것은 들판의 사자를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고 칭기즈칸은 경고했다. 칼날 같은 날카로운 재능은 겸손이라는 칼집에 담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