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06년은 ‘세컨드라이프(secondlife.com)’의 해로 기억이 될 듯하다. 세컨드라이프는 그해 비즈니스위크의 표지를 장식하며 IT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유행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현재 세컨드라이프는 연간 3억달러 정도의 거래 규모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나 브라질 유저가 늘었다는 점이다. ‘가상상품’이라는 원료 값이 들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것은 아무래도 소득이 낮은 국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기회기 때문이다.
나는 가상세계에 대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하는 ‘퍼피레드(puppyred.com)’의 대표로 한국과 일본에서 400만 정도의 회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7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중 많은 사람이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없으며 가상세계는 일부 게이머의 이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편지 작성법을 배워야만 했던 예전을 생각해 보자. 나의 학창시절에는 편지의 구성을 배우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시험도 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e메일이 보편화되고 블랙베리가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이 돼 꼭 필요한 말만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이 미덕이 되고 있는 요즘에는 예전의 예의바른 편지의 형식은 다소 고루하게까지 느껴진다. 사람들이 e메일이라는 새로운 형식,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면서 모든 게 변한 것이다. 닌텐도DS가 게임은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듯이, 가상세계 또한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된다면 e메일처럼 일상화된 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 사양이 낮고 인터넷 속도가 느린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기존에 게임을 접하지 않은 유저들도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의 창조물을 타인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프라이버시·정보유출 등에 대한 사용자 거부감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가상 세계의 미흡한 부분들은 수정·보완돼 가고 있으며 이런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개발 중이다.
미국·유럽 등 IT 분야의 선진국이 가상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동향 속에 최근 싱가포르의 움직임은 나의 관심을 끈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항상 국민의 통합이 사회적인 이슈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민족 간의 융화를 위한 정책 중에 선입견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 가상세계에서 친구를 먼저 사귀게 해 나중에 실제 생활에서도 친구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투자로 해외 유수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백인 피부를 지닌 바비인형 일색에서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인형이 출시되는 것처럼, 아동의 무의식적인 놀이와 학습을 통해 인종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효과를 유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도 정부의 지원으로 다양한 기업·학계가 협력해 가상세계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 인터넷 강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상 세계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국민적으로 높은 인터넷 활용도와 합쳐 한국의 기업들이 가상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해 그 중심에 당당히 설 날을 기대해 본다.
이용수 트라이디커뮤니케이션 대표/rhoxler@tri-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