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년, 초일류의 역사] 삼성전자의 성공 DNA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비결은 ‘인재 제일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전자 기업보다 앞서가는 방법을 안다고 화답한다. 삼성만의 성공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불혹을 맞은 삼성전자 유전자 속에는 크게 △인재 제일주의 △양보다 질 △결단 △스피드 등과 같은 기업 문화와 경영 환경이 존재한다.

 ◇인재 제일=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철강왕 카네기 묘비명에 있는 아래의 문구를 자주 인용했다.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는 법을 알았던 자, 여기에 잠들다.”

 삼성 인재 제일주의의 시작이다. 사람은 삼성전자에 있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삼성 경영 이념 중 하나인 인재 육성의 기본은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다. 삼성전자는 또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우수한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관건으로 보고, 전략 국가를 선정한 뒤 인사담당자를 파견해 S급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상시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양보다 질 중시=품질 제일주의는 삼성전자의 트레이드 마크다. 1981년 당시 VCR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생산라인을 모두 정지시켰다. 당시로서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윤종용 부회장은 일본 마쓰시타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택했다.

 “양은 0%로, 질은 100%로 해라. 이를 위해서라면 시장 점유율이 줄어도 좋고 회사가 1년동안 문을 닫아도 좋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회장이 한 말이다.

 이 때부터 삼성전자 ‘질’ 경영은 점화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직원 2000명이 모였다. 직원들이 머리에는 ‘품질 확보’, 어깨에는 ‘품질은 자존심’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가운데 전국에서 수거된 무선전화기 150억원 어치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했다. 이날 화형식을 계기로 삼성 직원은 품질 혁신에 대한 의식을 실감했다. 전국의 공장 직원에게 ‘불량은 암이다’라는 회장의 생각은 직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승부사 기질=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첫 번째 승부수였다. 1974년 12월 6일 이건희 회장은 주위의 우려에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한 모험이었다. 1983년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은 삼성 반도체 사업에 전환점이었다.

 삼성은 1983년 2월 8일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시설 투자에 본격 나섰다. 이후 연이어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 19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1995년 S램 세계 1위에 올라 명실공히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 시기를 놓친 일본·대만 기업과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경쟁 업체가 투자 시기를 놓쳐 기회 손실을 입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혹의 나이를 맞는 2009년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스피드=삼성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함께 스피드 경영이 성공 DNA 가운데 하나다. “초밥이든 휴대폰이든 모든 부패하기 쉬운 것은 속도가 생명이다(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빨리 끝내야 할 사안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100점짜리 결정이 있을 수 있고, 60점에도 최선의 선택이 존재한다(이기태 전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 전직 경영진들의 말은 스피드 경영 노하우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스피드 경영은 삼성반도체 신화에서도 구현됐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법칙을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라는 소위 ‘황의 법칙’으로 깬 황창규 전 반도체총괄 사장의 노력도 스피드 경영의 결과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