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안전하지 않은 스마트그리드의 결과

[ET단상] 안전하지 않은 스마트그리드의 결과

 인간의 생존시간은 화재 시 3분, 온기 없이 3시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라고 한다. 전기 없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전기는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이지만 이를 잘못 사용했을 때는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온다.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모든 집 안에는 간혹 발생하는 정전에 대비해 양초와 손전등이 필수품으로 구비돼 있었다. 지금의 양초와 손전등은 정전 시 대비 물품이라기보다는 여행 용품이 된 지 오래다. 전기품질이 좋아지면서 그 고마움도 점차 무뎌지고 있다. 무심코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 다반사고, 고지서가 나올 때만 ‘에너지 절약’을 잠깐 생각할 뿐이다. 최근에는 이런 무신경한 전기사용 습관을 바꾸고 공급자와 사용자 간 실시간 정보교환으로 에너지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제고되고 있다. 지능형 전력망이라고 하는 스마트그리드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전력망은 국가적 기본 인프라로 간주돼 자체적인 폐쇄 운영공간에서 지켜져 왔다. 그런데 스마트그리드 등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조력·지열 등)의 활성화와 소비자의 자발적 전기 절감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폐쇄적이었던 전력망에 인터넷과 같은 공중망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문제는 여기서에서 시작된다.

 기존 전력망 운영관리가 일차방정식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미·적분 수준의 복잡한 수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아무런 대책 없이 현재의 전력망 구조에 다수 공급했다가는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증권거래와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의 거래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모든 사용자가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로 인해 지금보다는 훨씬 진보된 정보기술과 인터넷 같은 양방향 통신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요약되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로써 삶의 윤택함도 느끼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경험해왔다. 2003년 1월에 발생한 인터넷대란 그리고 올여름 IT업계를 긴장시켰던 DDoS 사태와 같은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전력망에서도 정치적 목적의 행동주의나 무정부사상의 테러 또는 훈련되지 않은 직원의 실수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 전력망에 대한 공격은 교통체계 혼잡, 의료사고, 금융 시스템 마비, 치안 공백 등 인터넷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전국가적인 통제불능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의 전력망이 온실 속의 화초라면 스마트그리드는 야생화에 비유할 수 있다. 온실 속의 화초를 험난한 야생 환경에 내놓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지속적인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그리드 안정성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2005년부터 진행돼온 중대형 전력 IT 10대 과제 중에서 안전과 밀접한 보안기술 과제는 전무하다.

 우리는 지금의 자연을 후손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기반으로 우리가 지급해야 할 전기요금이 좀 더 높아지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자동차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 오염물질 방출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또 가정용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초석에는 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보안망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스마트그리드와 관계된 모든 인력이 합심해 ‘안전한 스마트그리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김병수 넥스트업테크놀러지 대표 kbs0070@nextu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