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세계 IT산업의 메카입니다. 한국 IT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굳이 제품을 수출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제품보다 기술이나 인력, 아이디어 등을 수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계 IT단체 ‘KIN(Korea IT Network)’을 이끄는 데이비드 장(한국명 장석원·49) 회장이 27일 고국을 찾았다. 서울·상하이·실리콘밸리를 뜻하는 ‘3S’ 펀드 제너럴파트너를 맡은 그는 2007년부터 KIN 회장을 맡아 실리콘밸리 내 한국 IT업체의 네트워크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01년 옛 정통부 후원으로 설립된 KIN은 30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크게 네 가지 일을 합니다. 연중 행사로 ‘킨콘(KINCON)’이라는 콘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각계 각층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전문가 세미나를 매달 열며, 창업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나 반대로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의 도우미가 돼 양국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입니다.”
열 네 살 때 미국에 간 장 회장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우주항공학을 전공했다. 오스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우주정거장 건설에 관심 있던 하니웰에 스카우트돼 5년간 시스템엔지니어로 일했다. 록히드마틴에서 5년간 근무했다. 무궁화 위성 발사 때 책임을 맡아 1년간 한국에서 지냈다. 1998년 휴대폰용 반도체 칩을 만드는 회사 등을 창업했다. 지금은 ‘3S 펀드’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장 회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명성이 이전 같지 않지만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세계 IT산업의 젖줄’이라고 강조했다.
“작년에 약 240억달러가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됐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됐습니다. 보스턴과 뉴욕이 2, 3위를 차지했고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각광받는 투자 분야는 태양열, 바이오 같은 대체에너지와 청정 및 그린 기술입니다.”
이번 방한길에 ‘밴티즈포인트벤처파트너스’ ‘그러지테크놀로지벤처스’ 같은 실리콘밸리 내 유명 벤처캐피털 5곳의 투자자와 동행한 장 회장은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 조언을 잊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상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나가려 하면 안 됩니다. 그 대신 아이디어와 인력, 기술 그리고 이들을 합친 회사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기도 쉽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수출 가능성이 높은 IT 품목으로 IPTV 등 인터넷에 기반을 둔 애플리케이션을 꼽았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