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현실적인 소프트웨어산업 분류

[미래포럼] 현실적인 소프트웨어산업 분류

 작년 여름,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갔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지원하는 부서 및 산하기관이 통폐합되고 있는 과정에서 당시 통폐합을 주관하던 비서관에게 SW 산업 특성을 설명하고 바른 방향으로 통폐합을 진행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간 자리였다. 내 설명을 장시간 진지하게 듣던 비서관은 한마디로 본인이 집행할 수 있는 정책과제를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고 하기에 궁여지책에 조만간 e메일을 보내겠다고 하며 헤어졌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했지만 결국 e메일을 보내지 못했고, 해당 비서관은 부처의 고위직으로 옮겨 앉았다. 아직도 e메일이 유효하다면 SW 산업 분류를 재편성하고 부처마다 해당 SW 산업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는 소박한 제안을 하고 싶다.

 나는 전부터 SW가 전 산업에 녹아 있어서 SW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또 스스로 전파하고 다녔다. SW가 ‘편재(ubiquitous)하다’는 것은 산업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인텔리전트 경고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인텔리전트 경고시스템은 자동차 내부 장착 카메라로 운전자 시선을 측정해 운전자의 시야에 없다고 판단되는 장애물 발견 시 경고음 등으로 위험을 인식시키는 기술이다. 또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시 정지선 바로 앞에서 운전자의 브레이크 작동을 도와주는 기능과 고속도로 합류 지점에 자동으로 변속함으로써 운전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 등이 적용됐다.

 그런데 현 SW 정책이 이러한 산업 변화를 반영하면서 타 산업의 SW 편재성을 반영하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특히 SW 산업의 분류 방식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현재 SW 산업 백서에서는 해외 컨설팅기업의 분류 기준을 따라서 시스템·응용·개발 SW로 나누고 IT서비스 및 임베디드SW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산업 통계를 조사하고 있다. 현 방식이 우리 SW 업계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 시스템SW를 개발하는 기업이 몇 개나 되며, 현재 개발SW의 비율이 몇 %나 되는지 반문하게 된다. 나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SW 산업의 구조, 인력 등을 측정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융합SW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조류에 걸맞게 산업 분류를 전향적으로 바꾸어서 SW가 많이 스며들어가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자동차·의료·통신·교육·국방 등 응용SW를 산업 분야별로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측정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서 인력·산업구조 등의 통계를 조사하고 산업SW별로 OS, 임베디드SW, 특화된 IT서비스업체 등을 분석해서 산업 백서를 다시 만들어야 할 때가 이미 왔다고 생각한다. 의료SW의 육성, 지원정책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며 통신SW는 방통위가 담당하고, 지식경제부의 담당국, 과는 이를 확인하고 타 산업과 연계, 충돌이 되면 조율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해야 한다. 지식경제부의 일개 국·과가 SW 산업 전체를 관장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SW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인력이 해당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되려면 새로운 전공 지식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통신·자동차 등 융합SW를 담당할 인력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해당 도메인 지식을 새로이 얻거나 애초부터 통신, 자동차 전공자가 SW를 익혀야 한다. 정부의 SW 인력 정책도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를 대상으로 수립하기보다 전 산업별로 필요 인력을 산출하고 해당 전공에서 SW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yhnam@kookmin.ac.kr